◎구심인물 잃어 정국분열 소지/민족대립등 내전비화 우려도/국민의회당 동정여론따라 일부정당 재편가능성유혈사태속에서 21일부터 총선이 진행돼오던 인도는 라지브·간디 전총리의 참혹스런 죽음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간디의 피살은 인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종교·민족·계층간의 대립이 총선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앞으로 인도정국을 건국이후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몰고갈 전망이다.
인도는 89년말 라지브·간디정부가 총선에 패퇴한 이후 소수연립정부가 들어섰으나 힌두교와 회교도의 대립,카슈미르,아삼,펀자브주의 소수민족 폭동,카스트제도를 둘러싼 계층간 대립으로 분쟁과 폭력의 악순환이 거듭됐다. 결국 2차례 연립정부가 무너져 총선이 실시됐으나 주요정당들이 이런 갈등요인을 더욱 증폭시키는 선거전략을 사용함에 따라 위기를 가중시켰다.
특히 간디를 암살한 세력이 남부의 소수민족인 타밀게릴라로 의심받고 있어 소수민족에 대한 보복폭력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간디의 암살로 찬드라·셰카르 과도정부가 한층 취약해진 상황에서 대규모 유혈충돌이 벌어진다면 내전상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간디의 암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분열된 인도를 결집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도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간디는 84년이후 4년간의 집권을 통해 찬사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인도정치를 지배해온 네루가문의 적자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아 왔다. 이러한 네루가문의 강력한 후광때문에 간디가 이끌어온 국민의회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국가적 구심점이 될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인도정부는 간디 암살사건으로 23·26일로 예정된 선거를 일단 내달 12·15일로 연기했다.
이번 암살사건은 나머지 선거의 향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여론조사들은 5백43석의 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회당이 과반수에는 못미치더라도 제1당이 되고 힌두교 부활주의 정당인 BJP당,V·P·싱 전 총리가 이끄는 국민전선이 각각 2·3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간디는 85년 총선에서 어머니의 피살에 대한 동정여론에 힘입어 75%의 의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기록했었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2대째로 이어진 네루가문의 비운에 대한 동정표가 국민의회당에 몰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동정여론은 향후 국민의회당의 후계자 선출과정을 통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회당은 전통적으로 파벌간의 파워게임이 항상 내연해왔고 당노선을 둘러싼 내분도 심각한 상태다. 때문에 후계자 선출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불가피하며 후계자가 선정된다 하더라도 과거 간디시절과 같은 강력한 지도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인도 유권자들은 정치적 분열상에 대한 혐오감이 극히 달해 있기 때문에 국민의회당이 내분에 휘말릴 경우 동정여론은 금세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간디의 부재는 한편으로 인디라 및 라지브총재 하에서 국민의회당을 떠났던 인사들을 재결집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싱 전 총리나 셰카르 현총리를 비롯한 많은 야당지도자들이 국민의회당 출신이고 현재 국민의회당내에 이들만큼의 저명도를 가진 인물이 적기때문에 일부 정당들의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75년 인디라·간디의 계엄령선포에 반대,야당으로 돌아선 셰카르 현총리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회당의 지원을 받아 집권했고 대중적 인기가 높기때문에 자신의 자나타달 사회당을 국민의회당에 합당하는 대신 총리후보로 나설수도 있다.
간디의 암살은 이번 총선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BJP당에도 큰 타격을 줄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힌두문명의 부활을 주장하는 BJP당은 국민의회당의 선두자리를 뺏기위해 총리시절 간디의 실정을 비난하는데 유세의 초점을 맞춰왔다.
또 BJP당은 종교적 갈등을 이용한다는 비난도 받아 왔기때문에 간디 암살에 대한 분노가 BJP당에로 쏠릴가능성이 농후하다.
인도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간디의 암살은 세계최대의 민주주의의 험란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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