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한해가 다르게 커지고 그 모습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경제의 역동적인 변화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변화의 심장노릇을 해온 금융체제는 관치금융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보수의 아성도 자율화의 바람을 타지않을수 없게됐다. 금융자율화는 금리자유화에서 출발한다. 정영의 재무는 『하반기부터 금리를 부분적으로 자유화하고 내년부터 자금관리도 한국은행의 본원통화 중심으로 해나가겠다』고 했다(15일 무협간담회). 그는 『금리자유화에 따른 일시적인 금리상승 우려때문에 금리자유화를 실행하지 않을수는 없다』고 의지가 단단함을 보여줬다. 금리자유화는 우리 금융관행에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다.누구나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우리경제중 민간경제부문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 경제운영체제를 민간주도로 끌고가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정부가 금리를 일일이 조정한다는 것이 무리고 그것이 반드시 최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가능한 자금의 수요·공급균형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원리에 맡기자는 것이다. 또한 우리로서는 이 방향의 선택을 강요하는 외부적인 요인이 있다. 즉 미국의 개방압력이다. 미국은 우리경제를 완전히 발가벗기려 하고있다. 그들은 자본·금융·외환시장의 완전개방·자율화를 주문외듯 하고있다. 92년 자본시장이 개방되는데도 금융시장의 완전개방 압력을 늦추지 않고있다. 한국으로서는 버티기가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금리자유화원칙을 거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러나 하반기부터의 실시에는 반론이 높다. 또한 실시방법에서도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위해 단계적으로 신중히 추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리자유화와 금융자율화 추진은 부총리겸 기획원장관,재무부장관 등 「위로부터의 혁신」이다. 재무부실무자,학계일부,재계에서는 현시점에서의 금리자유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자금의 만성적인 초과수요현상이 잡혀지지 않는한 금리자유화는 이자만을 높여 놓는다는 것이다. 기업은 이 금융부담의 증대를 제품가격에 얹을 것이므로 결국 물가를 자극,경제안정정책에 거슬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정부가 88년 12월에 실시했다가 불과 3개월만인 89년 2월에 유보시켰던 금리자유화조처의 실패에 근거한 것이다. 체험적 교훈이다. 당시 정부는 금리규제 철폐에 따른 이자율폭등을 막기위해 12월 한달중에만 2조원(총통화 평잔기준)을 풀었다. 그러나 이 과잉통화공급은 무역흑자에 따른 유동성증대를 증폭,부동산투기를 폭발시켰고 투기자금수요는 시중금리를 솟구치게 했다. 정부는 2조원의 대출금을 회수하고 금리자유화를 중단시키는 등 응급처방을 내렸으나 부동산폭등인플레의 악순환은 이미 시동됐다. 이 악순환이 가져온 경제,사회적 피해는 엄청나다. 근로의욕의 파괴 등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가 초래하는 총체적 파급영향은 헤아리기 어렵다.
이에따라 자금의 초과수요 억제가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부동산자금을 금융시장을 통해 생산부문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금리자유화 추진론자들은 현행 시장금리가 20%내지 25%의 고금리로 더이상 인상될 전망이 없으므로 지금이 금리자유화를 단행하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리자유화는 정부뿐아니라 관련이익집단 사이에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금융시장 개방확대는 급속히 진척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로 금리자유화의 긍정적인 수용은 불가피한것 같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이행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재무부,한은 등 관계당국은 6월말까지 금리자유화 일정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대출금리는 초단기,수신금리는 장기부터 자유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발권은행으로서 한은의 독립성 현실화도 검토해야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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