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 필적조작” 심증 굳혀/검찰/“필체 같다” 수첩등 새로 제시/재야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분신자살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27)를 유서대필자로 단정,검거키로 했으나 강씨 등 전민련측은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 신병확보를 통한 검찰수사는 다소 시일이 걸릴것으로 보인다.
강씨 등 전민련측은 『검찰 발표는 강경대군 치사사건이후 고조되는 재야통합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악의에 찬 날조극』이라며 『제3의 공개장소에서 검찰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우선 분신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의 필체와 강씨가 지난85년 민정당 가락동연수원 점거 농성사건으로 검거돼 경찰에서 작성한 자술서 필적이 동일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는 강씨가 유서대필자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초기 ▲김씨가 89년말께 경기 안양시 호계 2동 동사무소에 무인을 찍어 제출한 주민등록분실신고서 ▲김씨가 85년에 누나에게 보낸 「아이 기르는법」 책표지란의 필체가 육안으로 구별할 수있을 만큼 유서와 달라 유서가 대필된것이라고 확신해 왔다.
검찰은 특히 ▲김씨의 여자친구 홍모양(26)과 전민련 인권위원장 서준식씨가 김씨가 작성한 것이라며 각각 제출한 메모와 업무일지가 유서필체와 같다는 감정결과를 통보받고 전민련측이 사후필적 조작을 기도하고 있다는 심증을 굳혔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홍양 소환조사서 강씨가 지난 12일 홍양 등과 만나 검찰수사에 대비,치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확증을 잡고 이미 홍양 진술에 대한 증거보전 절차까지 마친상태이다.
이에대해 전민련측은 ▲김씨가 분신직전 홍양에게 건네주었다는 수첩 ▲서류봉투와 파일 등을 유서의 필체와 같다고 증거로 제시하고 강씨가 민정당 정치연수원 검거농성 사건으로 마산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던 87년 동생에게 보낸 편지의 필체와 유서는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민련측은 또 『카페 모임은 단국대 동창생 4명이 홍양을 위로하기위한 자리였을뿐 은폐를 모의한일은 없다』며 『은폐조작설은 검찰이 강압적 분위기에서 홍양으로부터 얻어낸 진술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20일 전민련측이 제출한 증거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신뢰성있는 기관의 필적조회를 거치지않은 것이라는 점. 검찰은 김씨가 『가족들에게 연락해달라』며 홍양에게 준 수첩이 전민련측에 넘어간 경위,전민련측이 처음부터 김씨 필적의 명백한 증거인 수첩대신 업무일지 등을 내놓은 사실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있다.
결국 사실규명을 위해서는 강씨의 주장대로 제3의 공개장소이든 검찰방침대로 검찰청사이든 유서대필 의혹해결의 열쇠를 쥔 강씨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할것이다.
그러나 전민련측이 검찰조사를 받게되면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버티고 있어 유서대필 공방은 의외로 장기화할 수도 있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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