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 우방·당사국 의존/냉전시대 종식도 한몫/현대전 개념변화·특별기동군 강화탓도주한미군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 볼때 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은 첫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둘째 한국의 경제성장,셋째 걸프전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현대전 개념의 변화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걸프전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2월초 「5년내 25% 감축안」을 발표했었다. 그리고 실제 전쟁이 끝난후 현역의 예비역 편입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한편 이에 대체할 신규병력 모집을 중단함으로써 사실상의 감군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4월에는 미 전국에 걸쳐 군사기지 30개의 폐쇄조처를 단행해 이 지역의 실업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었다.
체니 국방장관은 1995년까지 현역 복무병력을 현재의 2백만에서 1백60만으로 감축할 것임을 의회에 다짐한바 있다.
이같은 미국의 일반감군 계획에 따라 아시아주둔,유럽주둔군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와 병행해 지난 16일 로버트·마라지크 하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의원들이 92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주한 미군을 6천명 감축해야 한다는 감군제안을 예산수정안에 덧붙여 제출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미 국방부는 이미 전체미군 25% 감축계획에 따라 주한미군 7천명을 감축하기로 하고 이중 일부를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7천명이 감축되는 경우 95년 이후 한국에는 3만3천명 정도의 미군만이 남게 된다.
리처드·솔로몬 미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는 지난 17일 상원 외교소위 증언에 나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상황을 「화해분위기속의 군사대치 계속」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아마도 주한미군의 부분감축을 설명하는 미국측의 공식입장 쯤으로 받아들여질수 있을 것이다.
솔도몬 차관보는 중소관계의 정상화,남북한간의 대화,한소수교,고르바초프의 일본 및 한국방문을 예로 들면서 이 지역의 냉전시대는 화해시대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화해시대에도 불구하고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결상태는 느슨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되 제한된 감군이어야 한다는 이유를 설명할 것이라고 볼수 있다.
주한미군의 군비부담을 누가해야 할것인가의 문제는 주한미군을 얼마나 감축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쟁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 이제 경제성장국이 됐으니 한국이 만일 미군주둔을 국가안보상 필요로한다면 그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포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는 상원증언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우방국인 일본과 한국의 경우는 자체의 국방계획에 대해 스스로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을 명백히 하고싶다』고 말했었다.
또한 주한미군 6천명 철수제안을 의회에 제출한 마라지크 의원은 주한미군 2개 사단을 유지하는데 연 30억달러가 든다면서 북한보다 국민총소득 수준이 7배 높은 한국이 만일 이런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고 싶다면 그 경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걸프전을 통해서도 전쟁경비를 전쟁당사국 또는 우방에 크게 의지했었다. 펜타곤(미 국방부)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현재 쿠웨이트 전역에 주둔하고 있는 잔여 미군병력이 모두 본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까지를 합해 걸프전 비용은 모두 6백억달러가 드는데 이중 미국이 지출하는 돈은 60억달러밖에 되지않는다.
현재 한미간에는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이 미 지원군에 대해 얼마만큼의 지원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인가를 규정하는 소위 「전시접수국 지원협정」(Wartime Hostnation Support Agreement)을 추진하고 있다.
전시접수국 지원협정은 오는 11월에 있을 한미 안보회의 개최를 전후해 양국간에 조인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때쯤 한국이 전시에 미군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할것인가의 내용도 밝혀질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주한미군의 7천명 감소로 별다른 전술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걸프전에서 완연히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앞으로의 전쟁에서는 병사를 적의 소총사격거리에서 죽게 하는 전술을 펴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인공위성,스텔스첩보기 등을 통해 적군의 움직임을 소상히 파악한후 스텔스폭격기,A10대탱크폭력기,AH64무장 헬리콥터 등으로 먼저 적을 공격해 완전히 무력화 시킨후 보병이 안전하게 진격하게 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툭히 미국은 4개 사단에 이르는 강력한 특별기동군을 갖고 있으면서 일단 지역분쟁이 발생하면 즉각 필요한 병력을 옮겨갈수 있게 해놓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경우에도 6천∼7천명 감축은 전술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한국으로 하여금 주한미군의 존재이유를 좀더 냉정하게 판단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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