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이후 첫 하락세/신도시입주 다가와 매물늘어아파트값이 지난 88년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해왔던 전국의 아파트값이 이달들어 지난 15일 현재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극히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보름만에 약보합세 또는 1천∼2천만원씩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20일 주택은행이 전국 10대 도시 주요아파트(43개 단지,1백25개 평형)의 매매 및 전세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지난달말에 비해 지난 15일 현재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는 매매 및 전세가격이 호가기준으로 0.3%와 0.9%씩 각각 하락했으며 강북지역도 0.7%와 2.3%씩 떨어졌다.
서울 전체로는 매매가 0.3%,전세가 1.1%씩 각각 떨어졌다. 지난 88년 하반기이후 3년여동안 계속 오르기만 하던 아파트값이 처음으로 하향곡선을 나타내 향후아파트가격 동향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이번 조사대상 17개 아파트단지중 가격변동이 없는 곳은 4군데 내린 곳은 10군데,오른 곳은 3군데로 집계돼 가격하향추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35평형의 경우 지난달말 3억2천만∼3억7천만원을 호가했으나 지난 15일 현재 3억1천만∼3억6천만원으로 1천만원 가량 떨어졌고 전세가격도 9천만∼1억원에서 8천만∼9천만원으로 1천만원정도 하락,각각 2.9%와 10.5%씩 내렸다.
양천구 목동아파트 7단지 35평은 2억8천5백만∼3억원에서 2억7천만∼2억8천만원에 실제거래돼 1천5백만∼2천만원이 떨어졌다.
그러나 서초구 방배동 구 삼호아파트 27평형과 송파구 가락동 현대아파트 31평형은 각각 1백만∼3백만원과 1천만원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이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것은 이미 지난 4월까지 물가 오름세심리·아파트분양가 인상·채권입찰제 확대 등으로 아파트값이 오를만큼 오른데다 이달들어 이사철이 끝났고 오는 9월의 신도시아파트 입주가 다가오면서 매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남까지 영향… 안정청신호/올 61만호 공급… 연수요에 20만호 초과/“이사철 끝난직후 일시적현상” 지적도(해설)
이달 들어 일부 아파트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부동산 업계에서 흘러 나오자 「일시적현상」이라는 분석과 「가격안정의 조짐」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으나 이번 주택은행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파트값 하향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전국의 아파트값이 미세하나마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지난 88년 하반기이후 처음으로 앞으로 신도시아파트 입주 등 물량공급 확대와 맞물려 값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보름간이라는 짧은 기간의 가격변화를 하나의 추세로 확대 해석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가격 하락세가 일부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까지 영향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이 오를때는 서울 강남아파트부터 시작하고 내릴때는 변두리에서부터 내려 강남아파트에까지 옮겨 오는 것이 정설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번엔 과거의 관례를 깨고 시차없이 거의동시에 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
이달 들어 아파트값이 갑자기 하락하고 있는데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사철이 끝난탓도 있지만 연초부터 분양가 인상과 채권입찰 확대설 그리고 인플레 심리로 아파트값이 이미 지난 4월까지 오를만큼 오른데다 5월들어 정부가 5·3건설경기 진정책과 함께 올해안으로 공급될 물량이 사상최대인 61만호라고 발표함으로써 분위기가 「장기적으론 아파트값 안정」쪽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오는 9월의 분당 신도시아파트 입주가 3∼4개월 앞으로 다가와 그렇지 않아도 공급물량 확대에 따른 심리적인 경계감이 팽배해진 시점에서 정부가 실제입주를 기준으로 한 대규모 공급계획을 발표,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주택공급규모는 분양기준으로 50만호 정도이나 이미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가 진행중인 물량이 많아 금년중 실제 입주가 가능한 준공기준 공급규모는 61만호에 달한다. 이같은 공급규모는 신도시건설 착공이후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올해가 입주기준 주택공급의 피크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는 인구증가 및 가구수 증가,그리고 멸실주택까지 감안한 연간신규주택 수요 40만호에 비해 20만호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이들 주택에 대한 입주가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는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
보통 한가구가 집을 옮기게되면 4∼5가구가 연쇄적으로 이동하게될 기존주택의 매물이 쏟아지게 되며 결국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또 부동산경기의 장기사이클이나 단기사이클과도 지금시점이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 10년,단기 3년으로 보는 부동산경기 사이클에서 올해가 장·단기에 모두 해당되는 침체기를 맞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이사철이 끝나는 5,6월이 연중 부동산값의 최저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5월1일부터 15일까지의 가격동향으로 부동산값 안정조짐이라고 말하기엔 시기상조이며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계속되는 선거와 물가오름세 심리로 과연 아파트값이 잡힐 수 있겠느냐는 것.
최근의 경기 고양군 성사지구 아파트분양에서 나타난 초과열현상과 같이 기회만 주어지면 투기가 다시 고개를 들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오는 93년까지 계속되는 물량공급 확대에 따라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이번 가격하락 추세에 나타난 바와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오는 9월 신도시 첫 입주시점 등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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