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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북 새 불씨/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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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북 새 불씨/문창재 동경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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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일본인화 교육을 맡았던 일본여성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한일 수사당국의 공동발표후 일본 외무당국과 일부 언론매체가 당혹해 하는 빛이 역연하다.신원확인 사실은 한국쪽에서 보면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북한에는 새로운 외교문제의 씨앗으로 자랄 소지가 있는 중대사이다.

북한이 일본여성을 납치해 김현희를 「마유미」로 변장시키려고 일본인의 언행 관습 등을 몸에 배도록 교육시켜왔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기정사실로 굳어져있다. 물론 북한은 이를 철저히 부정하면서 「한국정부의 날조극」이라고 강변해왔고 일본도 당시 일부언론의 회의적인 보도태도 때문에 의아스러워하는 시각이 있었다.

그런데 김이 말하는대로 「지도세」란 이름의 일본여자가 실제로 존재했고 78년 여름에 실종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그녀가 북한에 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 사실은 또 김이 말한 모든 사항의 진실성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2천7백여명의 가출·실종여성 가족 등을 상대로 끈질긴 수사끝에 이 사실을 밝혀낸 일본경찰은 『이 여성이 북한공작원들에게 납치됐음이 틀림없다』면서 북한측에 강력히 안부를 조회하도록 외무성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일부 신문 방송은 『비슷한 시기에 일본 서해안에서 실종된 3쌍의 젊은 남녀들도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차제에 이들의 안부확인까지 요구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의 반응은 별로 신명나는 일이 못된다는 투이다. 다만 자국경찰이 발표한 사실이 근거가 있는데다 철저히 따지라는 여론을 외면할수 없어 『20일 북경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수교교섭 테이블에서 사실조회를 요청하겠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외무성 일각에서는 「반응은 뻔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있다고 들린다. 또 일부 언론매체는 북한의 지국설치를 의식했는지 『납치라고 단언할 증거가 없으니 수교교섭에 장애가 되지않도록 신중히 해야한다』고 애국론을 폈다.

이런 우려와 신중론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빨리 매듭지으려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한가지 분명히 해두어야할 것이 있다. 일본정부가 입만 벌리면 하는말대로 북한을 개방된 국제사회로 인도하기 위해,그리고 세계평화와 지역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교섭이라면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따지고 명명백백히 밝혀야한다는 점이다.

대명천지같은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는 테러나 파괴공작은 더이상 용납될수 없는 반인류적 범죄다. 그에 관련된 의혹은 물론 찜찜한 감정의 앙금까지도 깨끗이 씻어낸뒤에 새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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