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쌀 직교역 추진이 미국측의 사실상의 반대에 걸려 중단되고 있다. 정부는 15일 최호중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서동권 안기부장,이상옥 외무,조경식 농림수산,이봉서 상공 등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우선 미국을 설득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방도 외에는 다른 묘수가 없다.지금까지 무수한 한미 통상외교에서 보듯 미국과의 교섭에는 우리로서는 일단 합리적인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내세울 입장은 분명하다. 첫째 남북한 쌀교류는 한국법에 따라 내국거래이므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잉여농산물 처리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단순한 상거래가 아니라 남북통일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므로 특별한 배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대북한 쌀수출에 제동을 걸고 나올수 있는 법적근거는 쌀을 1천톤 이상 수출,무상공여 또는 장기대여할 경우 그 수출에 따른 이해당사국과 사전협의해야 한다는 문제의 FAO의 규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쌀 20만톤을 필리핀에 대여하려다가 이 규정에 따른 미국측의 반대로 좌절된바 있다. 이 규정은 미국의 잉여 쌀시장의 축소를 막자는데 목적이 있다. 미국측은 한국의 대북 쌀수출 문제에 국무부와 농무부 등 관계부처 사이에 최종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무부는 남북 쌀 직교역의 경제외적 의미를 호의적으로 보려고 하는데 비해 농무부는 FAO 규정을 엄격히 해석하려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측은 1차 선적분 5천만톤이 논의됐을 때는 비공식적으로 양해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측으로서는 북한측이 사전에 10만톤에 대한 반출확약을 요구,이 물량을 공급해줘야할 입장이다. 정부는 이제 5천톤이 아니라 10만톤 수출에 대한 미국측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한 미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정부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취할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대북 쌀 직교역이 내포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의미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교역이 이루어지는 경우 한국측이 요구해온 직교역의 기회는 커지는 것이며 남북 교류의 밀도는 그만큼 농도가 짙어지는 것이다.
또한 북에 한국이 대미관계에서 상당한 독자성이 있다는 것도 보여줄수 있다. 그러나 그 성사에 지나친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 미국과의 쌀 직수출 교섭에서 양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반미 여론을 촉발치 않으려는 배려에서 쌍무적인 협상보다는 우루과이라운드의 다자간 협상으로 한국 쌀시장에 상륙하려고 한다. 정부는 대북 쌀 직수출 문제와 관련,금단의 쌀시장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 이 두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정부는 「내국거래」라는 것과 통일과 연관돼있다는 점만을 강조해야할 것이다. 미국정부측도 자국의 작은 1개 이익집단의 이익옹호보다는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중요한 하나의 외교정책목표에 기여하는데 더 역점을 둬야 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한 쌀 직교역에 반대를 철회하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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