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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 토론/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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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 토론/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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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0시께부터 연세대 학생회관 2층의 학생과 사무실에서는 각사 취재기자 10여명이 둘러앉아 심야토론을 벌였다.지난달 26일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20일간 대책회의와 함께 살다시피해온 기자들이 여느때처럼 책·걸상에 누워 눈을 붙이려다 취재단상을 주고받던중 본격적인 시국토론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고생하는 현장기자들 조차 불신하는 대책회의 관계자들에 대한 불쾌감 표명과 불신의 원인이 된 양비론적 보도방향에 대한 점검,반성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토론은 현정권의 퇴진문제,여론의 향방 등 시국현안의 본질로 초점이 옮겨졌다.

정권 퇴진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대책회의를 밀착취재해온 기자들로서도 『과연 그 주장이 합당한가』라는 질문에 아무도 『예』 『아니오』라고 쉽게 답하지 못했다.

평소의 위기관리능력이나 현시국에 대한 한심한 대처,민주화개혁의 지체와 3당야합 등을 들어 현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기자들도 많았으나 결론은 「퇴진까지 각오할 정도의 획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식의 애매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우선 현정권이 재야권의 주장대로 부도덕하고 정통성이 약하다해도 퇴진후의 혼란을 수습할만한 대체세력이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토론대상은 자연스레 대책회의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공안통치 분쇄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범국민 대책회의」로 옮겨갔다. 동시에 『국민의 지지나 여론은 과연 어느 쪽에 서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됐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기자들의 의견이 분명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느 한쪽에 대한 적극적 지지자들이라기 보다 서로 다른 한편에 대한 불신세력으로 보는것이 정확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밤을 꼬박새운 토론은 『왜 양비론인가』라는 원점으로 돌아간채 결론없이 끝났다.

이 「부질없는 토론」에서 기자들이 얻은 것은 「국민모두가 방향없이 헤맬수밖에 없는 현실」의 재확인과 그로 인한 허탈감,양비론의 현장을 지켜야 하는 안타까움 따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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