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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탈바꿈/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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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탈바꿈/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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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변화하고 있다. 소리없이 그러나 힘차게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13일 서초동 법원 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법관 세미나는 법원이 사회발전과 시대변화 속도에 둔감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법부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한단면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 민사재판제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질질끄는 재판」 「비용이 많이드는 재판」 「판결제일주의 재판」을 개선,신속하고 간편한 소송절차와 화해를 통한 분쟁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30명의 전국 각급법원 대표자들의 표정은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고 엄숙해 보였다.

『사회 각분야에서 가장 뒤떨어진 영역중의 하나가 재판제도』라는 한 중견법관의 솔직한 고백대로 그동안 사법부는 발빠르게 변하고 있는 국민들의 법률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채 일제때부터 내려온 도제식 재판제도 운영에 안주해왔음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민사조정제도의 모든 사건확대 적용·판결문 쉽게쓰기·법관회의 설치 등 일련의 제도개선을 통해 비판의 소리를 수용하고 국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을 소리없이 확대해 왔다.

특히 2000년대를 향한 사법제도 개혁이라는 장기목표아래 추진하고 있는 작업은 앞으로의 사법부 체질을 뒤바꿀 일대변혁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이같은 개혁시책을 추진하는 형식에 있어서도 대법원산하 사법 정책연구심의관실에서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통해 실현가능성을 검토한 뒤 각급 법관들의 토론을 거쳐 대표법관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세미나를 갖는 등 민주적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어 과거의 권위주의적 모습을 벗어나고 있다.

물론 법관이 반드시 시대변화를 빨리 수용해야 하고 한자리에 모여 제도개선을 모색해야만 되느냐 하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있다.

그러나 이번 법관 세미나는 「더이상 국민들에게서 멀어져서는 안된다」는 법관들의 문제의식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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