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정략공세… 물러설 이유없다”/시기 놓치면 더 곤란” 고개들어 여권은 13일 낮 노태우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민자당의 김영삼대표·박태준 최고위원·상임고문 등과 연석회의를 갖는 등 날로 확산되고 있는 시국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그러면서도 내각사퇴 문제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시국상황이 14일의 강경대군 장례식·「5·18」 등으로 이어지면서 더이상 악화될 경우 진정시키는데 크나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인식을 여권전체가 공유하고 있어 어떤 행태로든 민심수습 조치를 광범위하게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찬을 겸해 1시간30여분동안 계속된 이날 청와대회동은 노대통령이 시종 차분하고 자신감있는 어조로 현 시국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고 이어 다른 참석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고 한참석자가 전언.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일부 극력세력들이 한 대학생의 죽음을 볼모로 학생·노동자를 선동,사회 혼란을 야기시켜 긍극적으로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경고.
노대통령은 이어 『대학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올바른 말을했다가 수십년간 봉직한 학교를 떠나게되는 극단적인 흑백논리만 존재하고 있다』면서 『가장 민주적이고 신선해야할 대학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황폐화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시국인식의 일단을 피력.
노대통령은 『우리가 처한 여건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며 넘어야할 고비가 많기 때문에 지금 요구되는 것은 오로지 당의 단결뿐』이라며 「결속과 단합」을 거듭당부.
이에 윤길중고문은 『야권의 움직임이 민주화운동이라면 혹시 몰라도 그런게 아닌만큼 정부가 물러서야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김정례고문도 『바른소리를 하면 운동권에 당할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은 극복돼야 하며 모든 지도자들은 참회해야 할때』라며 노대통령의 노고를 위로.
박최고위원은 『이런때 일수록 경제문제가 뒷전에 밀리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건의했으며 김대표는 회동이 끝날때까지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
이날 회동은 지난 6일 상인고문들이 김최고위원과 만난자리에서 노대통령과의 면담주선을 요청해 1주일만에 성사됐는데 당초예정에 없던 세최고위원의 합석은 지난 11일 김대표가 노대통령과 정례회동을 가진자리에서 요청해 이루어졌다는 후문.
그러나 정작 회동을 주선한 김최고위원은 자유총연맹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는라 불참.
○…이같은 결과만 놓고보면 이날의 여권수뇌부 회동에서 난국수습을 위한 구체적인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노대통령의 언급이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상황이 와도 각료를 경질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통령의 방침』이라고 전한 청와대의 한 고위당국자의 설명으로 보아 여권 핵심부의 기존입장이 재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민자당차원의 시각은 이와는 거리가 있어 주목된다.
특히 김대표의 민주계 인사들은 관심을 끌어온 내각사퇴 여부에 대해 정부조직의 동요를 고려하면서 「극적효과」를 겨냥한 「모양」과 「시기」선택의 문제로 보려는 인상이 짙다.
민정·공화계 중에서도 민주계의 주장에 내심 동조하는 인사들이 있는것이 사실이다.
다만 민정·공화계 인사들은 문제를 풀어가는 김대표의 「행태」만은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이들은 특히 김대표가 여권의 2인자로서 대통령에게 건의할 의견이 있거나,대통령과 시국인식을 달리하고 있다면 『복안이 있다』는 식으로 공개 거론할 것이 아니라 조용히 전달했어야 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대표가 여론을 등에업고 난국수습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통치영역」을 건드리게 되고 여권분열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파간의 이부분에 대한 시각차와 관계없이 민자당으로서는 시국돌파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민자당 일각에서는 그중의 하나로 내각진퇴 문제를 분명히한 연장선위에서 대대적인 구속자 석방·획기적인 경제정책 발표 등의 조치를 취한뒤 지자제 광역의회선거로 돌입,국면을 전환하는 수순을 상정하고 있는듯하다.
그렇다면 여권내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수습방안의 윤곽은 5·18직전에 있을 노대통령과 김대표의 정례회동에서 좀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김종래기자>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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