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의식 「재정운용 중립」 요구/“기업이 실정 희생양이냐”까지재계의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경계수위」에 이르고 있다.
최근 경제 3단체장들이 정부의 일관성없는 졸속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선데 이어 13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도 강도높은 재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은 사회간접시설·환경·기술개발·인력훈련 등 민간경제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집중 배정하는 등 92년도 재정을 「중립적」으로 운용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회장단은 이와함께 고속전철이나 서해안고속도로의 일부구간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세계잉여금의 발생억제 ▲국세의 대폭적인 지방세 이양 등을 요청했다.
전경련 회장단이 이처럼 중립적인 재정운용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정부가 14대 총선을 앞두고 각종 선심사업 등으로 경제계가 시급히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사업들이 뒷전에 밀려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계가 최근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경제시책이 정치논리에 의해 지배돼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재계의 이같은 불만표출은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강제매각 조치와 주력업체선정 등 정부의 정책 등이 「초법적」인 것으로 그때그때 여론에 밀려 즉흥적으로 이루어져왔다고 보고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정책운용 과정에서 재계의 의견이 전혀 무시된채 정부 독단으로 정책을 집행한데 따른 불만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재계와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여신·임금 등 각종 경제현안을 둘러싸고 커다란 시각차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부동산투기가 사회문제로 제기됐을 때 정부는 대기업들에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토록 했으나 부동산처분이 완료됐음에도 불구,부동산가격이 진정되지않고 있는 것은 정부가 기업을 부동산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재계는 지적하고 있다.
또 여신관리제도에 대해서도 재계는 정부가 기업들을 길들이기 위한 제도일 뿐이고 주장하고 있다. 유창순 전경련 회장은 최근 열린 경제단체장 회의에서 『정부가 여신규제라는 칼자루를 휘두르면서 업종전문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계속 기업을 통제하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이같은 무리한 정책들을 여론의 힘을 빌려 강행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대기업에 떠넘기려는 「정치적 의도」로까지 보고 있다.
재계는 정부의 물가 및 임금정책에도 커다란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임금인상률을 한자리수 이내로 억제해야하며 이를 어긴 기업에는 금융·세제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재계는 물가가 엄청나게 오른 현실에서 임금인상률을 한자리수로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히고 있다. 또 기업들의 심각한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통화긴축을 고수하면서도 정부는 재정확대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일관성없는 정책이라고 꼬집고 있다.
재계는 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대폭 수정,합리적인 차원에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여 규제할 것은 규제하고,자율에 맡길 것은 과감하게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더이상 경제현실이 정치논리에 의해 희생돼서는 안된다는 재계의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김주언기자>김주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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