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질서 새시대 예고【동경=문창재특파원】 영세중립국 스위스가 정치·경제통합을 앞둔 유럽공동체(EC) 가입의사를 밝혀 국제사회질서 개편의 새시대를 맞게됐다.
일본신문들은 11일 스위스연방정부가 EC가입을 검토키로했다는 발표를 보도하면서 『영세중립국들의 잇따른 EC 가입방침 표명은 냉전종식의 산물로 중립국의 존재가치가 저하된 시대상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조일)신문에 의하면 스위스연방정부 데라뮬러 경제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8일 각의에서 ▲EC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을 유럽대 경제권역(EEA)으로 재편하는데 전력을 다하며 ▲만일 EEA계획이 실패하면 고립주의를 택할것이 아니라 EC에 가맹할수 밖에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 방침은 19세기말 나폴레온 전쟁후 오스트리아 빈회의에서 확립된 스위스 영세중립국 정책의 일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유럽의 중립국들이 거의 모두 EC에 가입함으로써 유럽 경제·정치지도의 대변혁을 초래하게 된다.
유럽의 소국인 스위스는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불가피하게 EC에 의존해왔으나 EC가 장래에 정치통합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가입을 꺼려왔으나 독일통일을 계기로 유럽의 경제·정치적 통합이 가속된데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다른 중립국들이 EC가입을 서두르자 현실노선을 택하기로 한것이다.
전통적인 농업국인 스위스가 EC가입을 정식으로 결정할 경우 농민계층의 반발은 예상되지만 국민여론이 가입지지 쪽으로 기울어진데다 중요정당들도 가입을 지지하고 있어 큰 난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냉전종식돼 「중립국」 가치상실/오·스웨덴 이어 「유럽일가」에… 통합가속화(해설)
동서냉전시대에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철저한 중립을 견지해온 스위스의 EC가입 의사표명은 유럽중립국 모두가 서방진영으로 돌아서는 마지막 절차라 할수있다.
같은 중립국인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이 이미 EC가입을 결정했고,핀란드도 강한 의욕을 표하고 있는때에 공식입장 표명을 유보해온 스위스마저 뒤따를 의사를 밝여 사실상 중립국이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통합을 더욱 가속시키는 촉진제로 작용하게돼 거대한 유럽일가의 출현시기가 성큼 다가서게 됐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 전통적인 중립국들은 지금까지 자국의 농업정책과 맞지않으며 장래의 정치적 통합목적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이유로 EC가입을 생각도 않고 있었다. 그러나 동서냉전의 종결이란 새 조류가 유럽에 밀어닥치자 「중립국이란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대두됐고,고립주의가 반드시 좋지는 않다는 의식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에 대처하는 유엔의 대이라크 제재조치에 스위스가 가담한 것은 그러한 회의를 떨치고 국제사회의 어깨동무에 끼어든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86년 유엔가입을 추진할 당시 『중립정책과 모순된다』는 여론에 눌려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던 일과는 너무 대조적인 대응이었다.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이 『냉전종결로 EC가 정치·군사적인 색깔을 띠지 않게 됐으므로 중립정책에 모순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EC가입 방침을 결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수있다.
소련과 동구의 변혁이 몰고온 「중립국소멸」 현상은 더욱 퍼져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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