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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중동지역 「협조외교」 시사/오늘 양국 외무장관 카이로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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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중동지역 「협조외교」 시사/오늘 양국 외무장관 카이로회담

입력
1991.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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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평화안」 성과없자 소 후원 기대/소 과거 외교영향력 복원에 초점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알렉산데르·베스메르트니흐 소련 외무장관이 12일 카이로에서 갖는 회담은 마치 「바통터치」를 연상시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걸프전 종식이후 4번째로 중동순방길에 오른 베이커 장관에게 있어 이집트는 시리아에 이은 두번째 방문국이고 취임후 중동을 첫 방문하는 베스메르트니흐 장관에게는 이집트가 마지막 방문국이 된다.

이스라엘을 중심에 놓고 볼때 이러한 비유는 보다 선명해진다. 베스메르트니흐 장관은 이집트 방문에 앞서 이스라엘을 방문했고 베이커장관은 중동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으로 이스라엘을 잡아놓고 있다.

미소 외무장관의 「바통터치」식 교차 중동순방과 카이로에서의 회담은 걸프전 와중에서 위축된 소련의 외교적 위상을 높여줄 것으로 분석된다. 걸프전 승리후 여세를 몰아 아랍과 이스라엘간의 화해를 실현시키려던 미국의 노력은 3차에 걸친 베이커장관의 중동순방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구상은 67년 3차 중동전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한 아랍영토를 평화와 교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점령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역을 절대로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3차 순방을 통해서도 회담형식에 관한 합의조차 이끌어 내지 못한 미국은 결국 소련을 끌어들이지 않을수 없었다.

냉전시절 아랍국의 후원자였던 소련이 이스라엘의 안전을 미국과 함께 보장한다고 한다면 이스라엘이 완강한 입장을 완화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이었다. 베이커는 미소가 후원하고 EC가 참여하는 지역회의안을 제시했고 이 구상은 유엔주도의 국제회의를 철저히 배격해온 이스라엘로부터 일단 호의적 반응을 얻어냈다.

베스메르트니흐는 이번 중동순방을 통해 소련이 이 지역에 무시못할 외교적 카드를 갖고 있음을 은연중 인식시켰다.

소련은 군사원조와 관련해서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고 국교재개 및 유대인 이주허가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이스라엘 영향력도 갖고 있다. 베스메르트니흐는 아랍과 이스라엘을 화해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소련이 갖고 있는 이러한 외교적 영향력을 주지시키는데 중동순방 외교활동의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아랍 국가에서는 소련과 아랍국가간의 기존 유대관계가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고 이스라엘과도 직접적인 마찰을 피했다.

따라서 이번 중동순방중에 나온 베스메르트니흐의 발언은 방문국에 따라 일관성이 없는 상호 모순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소련내 유대인의 이주문제에 관련된 발언이다. 베스메르트니흐는 요르단의 암만에서 소련내 유대인 출국문제를 이스라엘이 점령지에 대한 이주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것임을 밝혔으나 이스라엘을 방문해서는 그것은 소련의 국내문제일 뿐이라며 전날의 발언을 사실상 번복했다.

또한 소련이 중동평화회담의 후원자가 되려면 우선 67년 단절된 외교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일수 없다고 말했으나 이스라엘을 방문해서는 양국의 외교관계가 곧 수립될수 있다는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발언의 변화들을 종합해볼 때 베스메르트니흐는 이번 순방을 통해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모두를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한동안 소외됐었던 이 지역에서의 소련의 외교적 영향력을 복원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볼때 베이커의 이번 중동순방은 비장하기 조차하다. 베이커 자신에 의해 공식적으로는 부인되기는 했지만 베이커는 이번 중동순방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경우에는 더이상 중동을 순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측근을 통해 흘리기까지 했다.

카이로에서 베스메르트니흐와 회담한 베이커장관은 15·16일 양일간 이스라엘을 방문하며 그에게 있어서나 이스라엘에 있어 힘든 회담이 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번 미소 외무장관회담은 중동지역에서 미소의 「협조외교」가 부활되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걸프전이후 한때 제기되었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도래라는 일부의 주장은 다소 섣부른 기대였음을 재확인 시켜준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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