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군이 국민의 자제들로 구성돼 있고 우리사회 성원의 주요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가운영을 위해 필요할 경우 어느 분야에 동원,기여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경인고속도로 확장촉진을 위해 정부 일각에서 공병투입도 검토한다는데에는 문제점이 없지않다. 군의 체질적 특성이나 그 본연의 직분에 부합되느냐의 원칙론적 문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병이라면 쉽게 야전공병·건설공병으로 대별되어 야전공병은 전방에서 전술상황에 따른 장애물제거·교량가설·지뢰매설 등 작전을 수행하고 건설공병은 주로 후방의 막사건축·도로건설 등 토목사업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견지에서 고속도로 건설에 군공병대가 투입되는 일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군의 움직임은 일단 「작전」개념에서 비롯되거니와,극단적으로 말하면 군인들의 식사도 작전의 일부다. 하물며 가상적으로 적과 싸워서 이기기 위한 제반 준비행위의 일환으로 병력이동에 쓸수 있는 고속도로 건설이나 기타 국가경영사업에 대한 행정지원 차원에서의 군동원 등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당연시 될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군본연의 존재양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헌법 제5조 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정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군조직법 제3조 1항에선 「육군은 지상작전을 주임무로하고 이를 위하여 편성,장비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건설도 작전대상의 하나이고 그런 작업을 통한 기술향상,경험축적의 긍정적인 면을 경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능인력의 부족이라는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방위병할애나 군동원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법조문이나 작전개념의 확대해석을 통한 행정편의의 추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군은 국토방위에 전념하고 천재지변에 임해서 일시적으로 난민구제에 동원될 특수 무장집단이지,보편적인 행정수행에까지 함부로 동원될 대상은 분명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