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수뢰사건과 달리 범의부족” 판단/수서 의식 「정치적처리」 추측도법원이 10일 뇌물외유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재근(55) 이돈만(45) 박진구의원(57) 등 세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것은 우선 관행으로 여겨져온 의원들의 무분별한 외유활동에 대해 법원이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금품공세로 이루어지는 로비활동이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청렴의무를 어긴행위도 사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집행유예로 석방됨으로써 현재 큰 관심속에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수서사건에 대한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세 의원중 1명에게라도 실형이 선고된다면 이들보다 금품수수 액수가 훨씬 많은 수서관련 피고인들은 모두 실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세의원 모두를 집행유예로 석방키로 결정한 데는 수서사건 재판을 상당히 의식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미 정치불신이 만성화된 시점에서 무분별한 해외여행으로 품위와 정치적 도덕성을 실추시키고도 반성의 빛조차 없는 의원들을 한꺼번에 석방시킨것은 정치권을 의식한 절충식 판결』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 사건재판은 4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특정 이익단체인 자동차공업협회의 일정한 의도에 따라 돈을 받고 해외여행을 했으므로 명백한 뇌물』이라는 검찰측과 『의원외교활동 규정과 관례에 따라 경비를 지원받은 정당한 해외시찰』이란 피고인측 주장이 맞서 공방을 벌여왔다.
재판부의 유죄판단은 우선 이 사건이 국회의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라 협회부회장 임도종씨(54)가 대학 동창인 이재근 의원에게 먼저 제의하는 등 사사로운 친분관계가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직무관련성」도 폭넓게 해석해 이번 경우도 명백히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관행이 법률과 조리에 위반된다면 정당화될 수없다』고 밝혔다.
의원 외교활동 규정이라는 것도 외교활동을 위해서는 입법부 장의 허가를 받도록하고 2중 경비지원을 금지하기위한 취지일뿐 공식절차도 없이 모든 유관단체로부터 경비지원을 받아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비록 청렴의무를 저버려 엄벌에 처해 마땅하지만 다른 뇌물사건처럼 돈을 받아 챙긴 것이 아니라 관행에 따라 여행을 다녀온것이므로 범의가 부족했다고 판단,집행유예로 석방했다.
이 사건 재판은 구속 3개월만에,첫 재판 이후 37일만에 선고공판이 이루어지는 등 당초예상보다 빨리 진행됐다. 재판과정에서는 법리논쟁보다 감정싸움으로 비칠 정도로 피고인들과 검찰측간에 인신공격성 설전이 오가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 3차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이 국회의장이나 국회사무총장의 법정증언을 요구,한때 제동이 걸렸으나 다음 공판에서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회입법 차장의 증언을 듣고 심리를 종결했다.
세 의원들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전까지는 의원신분은 물론 피선거권을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앞으로 불구속상태에서 2심과 3심을 거치며 더욱 집요하게 결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도 무역협회의 특계자금으로 외유했던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문제나 법리해석의 이견도 있기 때문에 상급심에서의 유무죄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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