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번영 과정서 소외계층 불만 폭발/공안통치·정부신뢰 상실 시위확산 토대/YS,야와 타협 모색… 권력중심 바뀔수도▷일본◁
일본 신문들은 10일 전날 벌어진 한국의 시위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요미우리(독매) 아사히(조일) 마이니치(매일) 등 주요 신문들은 10일자 조간 1면에서 노태우정권 탄생 이래 최대 규모의 노학연대 데모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며 사진과 함께 중요기사로 보도했다.
이 신문들은 또 외신면 톱으로 데모상황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노정권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기로에 섰다』고 논평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공안의 분노폭발」이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데모진압 경찰의 폭행으로 대학생 1명이 사망한 「우연」이 정부공안 정책에 대한 비판이란 「필연」에 불을 질렀다』고 논평한뒤 『최후의 과제로 남았던 공안 분야에서의 민주화 지연이 예상외로 데모확대의 배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노정권은 곤란한 국면에」란 제목의 외신면 톱기사에서 『▲물가고 ▲소득의 불공평 ▲치안불안 등 국민이 품고있는 불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데모확산의 기반이 됐다』고 분석하고 노대통령은 정권 후반의 비방으로 기용한 노내각의 사퇴압력에 직면해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이니치 신문은 『이번 반정부운동은 중산층이 궐기했던 87년 6월 전두환 정권 반대투쟁때와는 달리 민주화와 번영에서 소외당한 계층이 중심이 됐다』고 분석한뒤 지방 대학생들과 재야활동가가 계속 분신자살한 것도 사회적 소외감이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일본 경제) 신문은 『여당의 차기대통령 후보 조기 결정을 원하는 김영삼 대표가 야당과의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타협안의 내용에 따라서는 여당내부의 권력중심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홍콩◁
홍콩의 각 신문은 10일 아침 1면 또는 외신면 주요 기사로 9일 한국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제히 보도했다.
유력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날 1면과 외신면에 각각 4단 또는 6단 크기로 사진과 함께 서울발 외신을 전재하고 「한국,4년만의 최대규모 시위에 휘청」 「반정시위,노정부위기 심화」 등의 제목을 붙여 시위상황과 배경을 상세히 전했다.
중국어 유력지 명보도 외신면 톱기사로 남한 반정부 대시위25만명 거리로,내각사퇴불가 거듭천명학생혈서,노동자 가세』 등의 제목에다 시위대와 진압경찰간 출돌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곁들여 자세히 보도했다.
또 친중국계의 문화보,대공보는 각각 『남조선 50개 도시서 시위,노정부 퇴진요구20만명 참가,수만 노동자 파업서울서 12만여 시위대 경찰과 충돌』,또는 『남한 수십만명시위,서울거리 충돌격렬87개 도시에 파급,노동자·학생파업·휴학』 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특히 대공보는 이날자 4면의 뉴스화보 페이지서 「남한거리 대충돌」 제하에 이날 낮 서울 성공회에서 있은 분신학생의 장례식 장면 등 4장의 시위관련 사진을 별도화보로 처리해 이번 사태에 이례적으로 큰 관심을 보였다.【홍콩=유주석특파원】
▷미국◁
뉴욕타임즈,워싱턴 포스트,워싱턴 다임스지 등 미국의 유수한 언론들은 9일 벌어진 한국의 가두데모 사태를 1면 또는 국제면에 상세히 보도했다.
워싱턴 타임스지는 특히 10일자 1면에 이기택 민주당 총재가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의 컬러사진을 비롯,국제면에 2개의 또 다른 사건을 실으면서 「노태우타도」 등 학생들이 외친 구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또한 NYT지 기사는 이번 데모가 전국적이고 상당한 숫자가 참가했지만 『중산층의 지지를 못받고 있다』는 한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번 데모는 김대중 신민당 총재까지도 노태우 대통령 퇴진 요구를 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지는 9일 자에서 드물게 한국관계 해설을 싣고 이번 학생 데모의 단기목적은 「6월 선거방해」 「정부신뢰기회 박탈」 이라고 말했었다.
타임지는 한국이 겪고 있는 오늘의 문제가 일부는 정부에 대한 신뢰저하에서 비롯된것이라고 밝히고 대소련·중국외교 등 대담한 외교조치를 취해 노태우대통령이 외치부문에서 많은 점수를 땄음에도 불구하고 내정부문에서 학생들의 죽음과 페놀사건 및 부정부패 스캔들로 그의 공적이 상당히 잠식당했다는 고려대 박춘호교수(법학)의 말을 인용했다.
이 신문은 이밖에 노대통령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튼튼히 하겠다고 자주 말하고 있으나 무술훈련을 받고 경찰봉과 쇠파이프를 휴대하고 다니는 사복 경찰조의 존재는 오랜 군사통치의 유산이라고 지적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