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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자살조 사실일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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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자살조 사실일까(사설)

입력
199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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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박홍총장은 잇단 분신사태와 관련,『우리사회에는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는 요지의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지 않았지만 그의 발언의 앞뒤를 보면 조직적으로 분신을 추진하는 세력이 있으며,이들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같은날 내무장관이나 검찰총장의 분신자살 배후조사 방침의 천명도 배후세력의 「어떤역할」을 강하게 의심하는데서 나온 발인이었다. 재야는 이에대해 시위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려는 매카시적인 뒤집어 씌우기라고 반발했으나,이번의 시위가 과열화돼가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았었고,재야에 「자살특공대가 있다」는 풍설이 오래전부터 나돌았던만큼 「혹시나」 하면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당초 강경대군의 치사사건이 발생한 직후 정부가 즉각 내무장관을 인책하면서 발빠르게 대응했을때 사건이 지금과 같은 국면으로까지 치달으리라고 예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느 큰 사건이든 초기단계에서는 그러하듯이 전경의 단순 과잉진압이 불러온 결과로 볼수 있다는 현상적이고 현장적인 해석이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말을 보낸뒤 연이어 분신자살 사건이 잇달면서 강군치사는 사건의 무게와 성격부여가 달라져 갔다. 과잉진압이 결과적으로 강경대응을 기조로 하는 공안통치에 연원이 있다는 심층분석이 부각되기에 이르렀고,일부 여론의 심정적인 이해를 타고 시위학생들과 재야운동권은 6공의 실정·비정까지 묶으며 정권퇴진을 주장하는 단계까지를 한걸음에 치닫게 됐던 것이다.

이번 시위를 운동권의 투쟁전략이라는 시각에서 보는 경우 강군 치사가 기폭제였다면,결과론적으로 분신자살은 사태를 심각한 국면으로 유도해낸 견인차역할을 했다고 평가할수가 있을 것이다. 일반론으로 접근해본다 하더라도 결론은 유사하다. 분신사태가 잇달았을때 일반국민이 느꼈던 반응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유례를 볼 수 없는 젊은이들의 예기치 못한 생명포기에서 경악을 느낀 것이고,다른 하나는 아무리 보아도 분신동기가 충분하게 이해되거나 납득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암울하고 민주주의의 앞날을 한치앞도 볼 수 없었던 독재시대인 87년6월과 비교해 볼때 지금이 그때보다 더 격렬한 자기희생이 다발할 때인가 하는 점에서 일반국민이 알지못하는 다른 요인이 있는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국가지도력의 부재로 6공정부가 공권력의 강화를 앞세워 정국운용을 해야했던 비민주성은 그같은 극한저항이 아니더라도 개선하라는 압력을 여러모로 모색할수 있는 문제이고,실정·비정의 과제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얼마든지 국민적 심판을 가할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인식이 일반론이라고 할수 있기 때문에 「막다른 골목」인 것처럼 위기를 확산해가는 현상황은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않고 불안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분신사태가 일어난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배후설과 관련이 있는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없지않다.

분신자살에 배후가 없다면 정말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있는게 사실이라면 그 진상은 밝혀져야할 과제이다.

현재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확실한 것은 자살조발상 같은것은 긴눈으로 볼때 오히려 국민적 입지를 일거에 송두리째 잃을 수 있는 자충수가 되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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