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맹주 꿈… 일 수상쩍다/소해정·캄 평화군 참여등/자위대 적극활용 더 박차/“국내 훈련장 좁다” 핑계 전훈… “군국부활” 각국 경계 눈초리국제정치 무대의 강자가 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아사아 각국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어하는 일본이 그 수단으로 자위대를 앞세워 이른바 「인적공헌」을 인정받으러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아무래도 수상쩍기 떼문이다. 해상자위대 소해정 부대의 파견에 이어 캄보디아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려한다든지,내년 가을에 육상자위대 병력을 미국에 보내 대규모 사격훈련을 하리라는 등 「자위대 파견」 계획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소해정 파견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이해를 구하는게 목적이라던 가이후(해부준수) 일본 총리의 아세안 5개국 순방은 결과적으로 일본이 앞으로 자위대를 적극적으로 파견하게 되리라는 암시와 시사를 제공했다.
꼭 이번에 한해 평화시위에 평화목적으로만 자위대를 내보내야 한다는 국내 여론에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던 일본 정부 내심의 일단이 분명해진 것이다. 그는 5개국 순방중 기회 있을때마다 『일본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경제면 뿐만 아니라 정치면에서도 역할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특히 3일 싱가포르에서의 연설때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정치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이 특별히 주목받은 이 연설이 있기직전 싱가포르 총리실 대변인은 내외기자들에게 『일본이 캄보디아에 배치될 유엔평화유지군에 병력을 파견할 생각인것 같다』고 말해 연설의 숨은 뜻을 뒷받침 했다.
일본이 캄보디아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보내겠다는 것은 직접적인 표현으로는 제기된바 없으나 현재 논의가 한창인 PKO(유엔평화유지활동) 참여 구상에 그것이 상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PKO 참여론이 부상된이래 일본은 현역 자위대원을 파견할 생각으로 부대 창설을 서둘러 왔다. 그러나 이른바 평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세찬 반발에 꺾여 민사당 공명당 등 일부 야당과 제휴,「문민중심」의 별도 조직을 만들어 유엔평화 유지군이 캄보디아에 파견될 경우 참여시키기로 후퇴했다. 그 사이 국내외 정세가 유리하게 바뀌면 언제라도 현역자위대원을 보내고 싶은것이 자민당 정부의 본심임은 말할나위도 없다. 일본헌법 기념일이었던 지난 3일 「자주헌법」 제정론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보아 그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지도 않은것 같다.
PKO참여논쟁과 함께 육상자위대의 미국 전지훈련계획에도 우려와 경계의 파문이 뒤따르고 있다. 아사히(조일) 신문에 의하면 육상자위대는 국내 훈련장이 좁다는 이유로 내년 가을 미사일부대 주력 전차부대 등 3백명 규모의 병력을 하와이에 보내 종합사격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외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때 방어만 한다는 이른바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날뿐 아니라,무장병력 해외파견의 선례가 된다고해서 이 계획은 본격적인 자위대 파병 논쟁을 재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6일 하오 5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가이후 총리는 순방성과에 대해 『아세안 각국이 소해정 파견에 이해를 표명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의 보도를 종합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나라도 많다.
싱가포르의 오작동 총리는 평화목적으로 평화시에 파견했다는 설명에 형식적인 이해는 표명했지만 『일본이 정치적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려는 것인지 걱정하는 나라가 많다』는 말로 적잖은 긴장감을 표했다.
또 중국의 강택민 공산당 총서기장은 같은 목적으로 방문한 나카소네(중증근강홍) 전일본 총리에게 표면적으로는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말끝에 「방미두점 견미지저」란 속담을 써보이면서 경계의 태세를 숨기지 않았다. 이 중국 속담의 뜻은 『나쁜징조가 경미할때 손을 써 그것이 커지기전에 방지한다』는 뜻으로,나쁜일은 단서만보아도 전모를 알수 있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소해정 파견과 자위대의 PKO 참여기도를 일본의 군국주의화 징후로 경계한 말이었다.
우리나라도 유엔 단독가입 지지에 대한 대가로 소해정 파견을 이해한다는 공식태도를 표명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싱가포르와 다를바 없는 입장이다. 일본의 경제적 원조확대를 원하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아의 이해표명을 마치 아시아 전체가 지지해주는양 부풀려 말한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저항에 부닥치게 될것도 알아야 한다.
가이후 총리의 이번 5개국 순방에서 또 한가지 관심을 끌었던 것은 말레이시아 총리가 제창한 「동아시아 경제권」 구상에 대한 일본의 반응이었다.
마하틸 말레이시아 총리는 가이후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을 중심으로한 미주 경제권과 통일독일 주도의 유럽경제권에 맞서 동아시아 경제권을 창설하자고 제안했으나 가이후 총리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아세안 5개국에 한국 일본 중국 등이 참여한 광역경제권을 만들자는 이 구상은 싱가포르 등 동남아 일부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어 일본의 반응이 주목됐었다.
『북미주와 서구의 보호주의 경향에 대항해 자유무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제국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마하틸 총리의 역설에 대해 가이후 총리는 『배경은 이해한다』는 응답뿐이었다. 이 구상을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을 의식한 때문이다.
실제로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만났을때 기이후 총리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안정에는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의 존재가 불기결』이라고 말해 미국 눈치를 보지않을 수 없는 입장의 일단을 밝혔었다.
또 한가지 중요한 현안은 캄보디아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조정역할이었다.
가이후 총리는 태국 방문중이던 지난 1일 방콕에서 캄보디아 국민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3파 대표들과 만나 잠정정전의 실행을 준수해주도록 요청했다. 캄보디아 사태는 「아시아의 맹주」를 꿈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을 주도하려는 외교 호재의 하나이다. 헹·삼린이 이끄는 현재의 프놈펜 정권에 더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오는 6월 나카야마(중산태랑) 외무장관을 베트남에 보내려는것도 사태해결을 주도하려는 외교적 야심때문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문제에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있는 프랑스와 인도네시아에서는 별다른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지 않고 있어 얼마나 성과를 거둘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어쨌건 걸프전쟁으로 국제적 지위에 큰 손상을 입은 일본이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기위해 우선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얻고 이를 계기로 재도약,세계 정치무대에 비약하려는 속셈은 확실하다. 그러나 막강한 「엔」화의 위력에 자위대의 「지원사격」을 받아 세계로 뻗어가려는 일본의 재출발은 주변국가에 불안감을 주지않을 수 없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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