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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치르는 장례/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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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치르는 장례/원일희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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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자정께 기자회견을 자청한 고 강경대군의 부모는 차분하지만 비장한 어조로 심경을 밝혔다.강군 부모는 『장례를 안치르는게 아니라 못치르고 있다』는 말부터 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죽여놓고 요구조건을 내걸어 큰 보상이나 바라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강군 부모는 『검찰이 아들을 인계하지 않고 정부가 공식사과 한마디도 않는데 어떻게 장례를 치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떻게 경대의 죽음이 변사입니까』 『당무보고 석상에서 「유감」이라는 표현을 한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사과입니까』

강군 부모는 검찰이 약속대로 시체인계서의 제복을 「경찰에 의한 폭행치사사건」이라고 바꾸고 정부의 책임있는 사람이 조문과 정중한 사과를 하면 지금이라도 장례를 치르고 모든 것을 잊고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었다.

대책회의를 통해 『내무부장관이하 책임자 구속처벌 전경해체 등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전엔 장례를 치를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고 부모로서는 상당한 심경변화라고 할만했다.

그러나 정작 사태의 한쪽 당사자인 정부는 아직도 가해전경 5명의 구속수사만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같다.

정부로서는 「말도 안되는」 요구조건을 내건 유족이 이번에는 시체인계서의 명칭문제로 「시비」를 건다고 해석하는지도 모른다.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마당에 정부의 공식사과나 사체인계로 장례가 치러진다해도 사태가 즉각 수습되리라는 보장도 물론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족과 학생들이 목청껏 떠들어대다 제풀에 지쳐 장례를 치르고 조용해지기만 바라는 것같은 무위의 태도가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시위는 다시 격렬한 양상으로 악화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다음 순서는 무엇인가. 폭력시위에 맞서 폭력진압의 악순환이 또 되풀이되고 그러다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나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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