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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도 살아서 이기는 길을”/유가족회원들 애끓는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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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도 살아서 이기는 길을”/유가족회원들 애끓는 호소

입력
199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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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부모가슴에 한/새기지 말아야”『죽을 용기가 있거든 살아서 힘껏 싸워야 합니다』

전태일씨의 어머니 이소선씨(62),박종철군 아버지 박정기씨(63),이한열군 어머니 배은심씨(53) 등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유가협·회장 이소선) 회원 11명은 4일 상오9시 연세대 학생회관 3층에 모여 극단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학생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3공에서 6공에 이르기까지 인간다운 삶과 민주화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공권력에 의해 죽음을 당한 젊은이들의 가족모임인 유가협 회원들은 강경대군 사건이후 계속되는 학생들의 분신을 보다못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젊은이들의 분노와 열정은 이해하지만 더 이상의 죽음은 의미가 없다』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강경대 김영균 천세용군의 영정을 안고 나란히 앉은 유가협 부모들은 이소선씨가 「학생·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비통한 어조로 읽어나가는 동안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세상사람들이 열사라고 부르는 자식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야했던 우리들도 자식들이 독재정권에 의해 죽음을 당하기전에는 내자식하나 잘되기만 바라는 보통 부모였습니다』

이씨는 차분하지만 애절한 어조로 『20년 이상 길러온 자식이 새까만 숯덩이가 된것을 보고 더이상 찢어질 가슴도 흘릴 눈물도 남아있지 않은 우리들이지만 강군 치사이후 계속되는 학생들의 분신을 보며 자식을 앞세운 한과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나 할말을 잊고 그저 막막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하다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여러차례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씨가 『내 아들 딸의 죽음이 부모들에겐 너무도 큰 의미가 있다』며 『그들이 죽어서라도 보고 싶어했던 민주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의 열사는 필요없으며 죽을 용기로 살아서 싸워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새세상을 만들자』는 요지의 호소문을 다읽자 부모들은 독재정권 퇴진,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고 30분만에 일어섰다.

유가협은 전태일씨(70년 11월13일 분신) 송광영군(경원대생·85년 10월17일 분신) 박영진씨(신흥정밀 근로자·86년 3월17일 분신) 등의 가족 10여명이 아픔을 서로 위로하고 민주발전을 위해 활동한다는 취지로 86년 8월12일 결성한 단체. 창립이후 정권의 탄압으로 회장단이 수배되고 회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88년에야 다시 모여 동대문 근초에 「한울삶」이라는 모임방을 마련,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각종 시위·집회나 공판에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꼭 나타나는 이들은 회원이 늘어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5공·6공을 거치면서 회원수는 60여명으로 늘어났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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