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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냉정을 되찾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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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냉정을 되찾자(사설)

입력
199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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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여,목숨보다 귀한 것이 무엇인가. 지금 국민의 마음은 갈가리 찢겨 있으나 한가지 소망만은 일치하고 있다. 헛되고 참담한 죽음은 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국민의 기원은 하나로 합해졌다. 오늘의 난국이 슬기롭고 평화롭게 극복되어지기를 고대할 뿐이다. 서로가 미루지 말고 힘을 모아야 한다. 한 대학생의 비극적 죽음이 분신의 불길을 당겨 시국을 난국으로 몰아갈 위기에 서있기 때문이다. 광주 안동 그리고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잇달아 불길에 싸이고 숨져 갔다.

제발 죽지는 말아 달라는 충정의 호소가 허망할뿐,숨막히는 긴장국면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암담하다. 정부와 정치의 대응은 미온적이고 무력감만 드러낸다. 재야와 운동권 학생들은 극한투쟁으로 줄달음치며 사태는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 간다.

누구를 위한,무엇을 위한 분신이며 무한대결인가,국민의 가슴은 일시에 터져나갈것만 같다. 이 시점에서 사태해결의 희망과 돌파구가 보인다면,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일치감이다. 이것은 국민 전체가 발을 구르며 전하려는 호소이기도 하다.

생명의 포기,격정의 죽음으로 난국은 결코 풀리지 않는다. 극렬한 감정의 폭발보다 냉철한 이성의 회복이 해결의 단서가 된다. 냉정과 자제는 비겁과 굴종이 아니다. 현실의 문제를 푸는데 그 이상의 강한 무기는 없다.

현재의 국민감정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할만큼은 했다는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월이 약이라는 듯 가라 앉기를 기다려 보자는 판단이라면 어리석고 미숙하다. 재야와 운동권은 투쟁의 채찍을 거두지 않음으로써 우리 모두를 벼랑으로 몰고 가는 불안을 느끼게 한다.

과거와 같은 밀어내기와 힘겨루기의 극한적 대결상황이 재현된다면 또 다른 불의의 재앙아 없으리라는 아무런 보장도 없지않은가. 전부가 아니면 전무의 대결방식은 파국으로 밀어 넣는거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제 혼신의 힘을 다하여 거듭 호소하며 당부하는 바이다. 모든 국민,특히 젊은 세대는 냉정과 이성의 회복이 시급하다. 분신자살한 아들을 두고 절규한 아버지의 말은 비수처럼 우리네 가슴을 찌른다. 「내 아들을 열사라 부르지 말라,영웅취급을 하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긴다」 그렇다. 분신이나 자살은 도덕성의 포기,곧 인간파괴와 통한다.

부정과 불의와의 싸움이라면 살아서 당당하게 전개해야 한다. 지금은 죽음으로써 목적을 쟁취할 상황도 환경도 아니다. 무모한 생명포기는 생명경시를 자초한다.

기성세대는 자극적인 언동은 삼가함이 옳다. 젊은 세대와 고뇌를 나누는 포용감이 긴요하다. 서로 감싸 안으며 이해와 인내를 새겨둠이 필요하다. 옳은 말이라도 할 때와 참을 때를 가려야 한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일치감으로 우선 학원의 소용돌이를 가라앉혀야 한다. 시위·농성과 학업이 회염병과 최루탄처럼 뒤범벅이 되는 사태를 수습함이 시급하다. 범국민적 관심으로 학원의 냉낸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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