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 “분신 있을것” 예고도【성남=이재렬·정정화기자】 3일 하오 3시15분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경원대 이공대 건물 창조관(F동) 2층 베란다에서 이 대학 전자계산학과(야간) 2년 천세용군(20)이 분신한뒤 투신,온몸에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밤 10시20분 숨졌다.
학생들에 의하면 용인·성남지역 총학생회연합회 주최로 학생 5백여명이 이 건물앞 광장에서 「노정권 퇴진을 위한 용성지구 4만학도 결의대회」를 준비할때 천군이 2층 베란다 국기게양대옆에 나타나 『학우들이여,이제는 여깁니다』라고 외치며 시너를 몸에 뿌렸다.
학생들이 『안돼』 하고 소리치자 천군은 『6천 경원학우 단결투쟁 노태우정권 타도하자』라고 외친뒤 라이터를 꺼내 몸에 불을 붙여 불길에 휩싸인채 7m 아래로 뛰어내렸다.
투신직후 천군은 학생들에 의해 인근 성남병원과 한강 성심병원을 거쳐 하오 6시50분께 다시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중 숨졌다. 천군의 시신은 하오 10시50분께 이 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천군 수술을 집도한 한강 성심병원 최원진 외과과장(42)은 『도착 당시 전신 95%,3도 화상을 입어 이미 치명적인 상태였으며 화기로 크게 손상된 기관지를 절개,호흡을 돕는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천군은 분신하기전 대학 노트지 2장에 학우들과 시위 선봉대인 「횃불대」 앞으로 『슬픔과 분노를 그 자체로 끝낼 것이 아니라 현 정치권력에 맞서 정면투쟁,정면돌파해 나갑시다. …제몫까지 투쟁해 준다면 편안히 눈을 감을수 있을 것 입니다』 『파쇼의 무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노동자와 민중 형제들이 사람답게 살수있는 세상을 건설합시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지난해 서울 동북고를 졸업한 직후 민족사연구 서클인 「□」에서 활동해 왔으며 이번 학기부터 교내 주간신문인 「경원대 신문」에 매주 1컷짜리 「경원만평」과 4단 만화 「뺀질이」를 연재했다.
천군은 지난해 4월 집시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으며 2차례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다.
천영웅씨(47)와 어머니 김계숙씨(41)의 2남중 장남으로 독실한 성공회신자인 천군은 지난 87년 부모의 별거이후 경기 고양군 원당읍 신원리 이모집에서 어렵게 생활해왔는데 최근에는 거의 서클실과 학생회실에서 침식하며 만화,노동 등으로 학비를 벌어왔으나 이번 학기에는 등록금을 못내 미등록 제적된 상태였다.
동료 학생들은 『세용이는 항상 시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며 강군 사건이후 분노하고 괴로워했다』며 『한편으로는 헤르만·헤세와 토머스·울프에 심취해있던 심성이 여리고 착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천군은 전날밤 서클실에서 「분신」 모습을 만화로 그리기도 했으며 이날 분신 전인 하오 2시50분께 신문사 동료인 전모양(21·도시계획 3)에게 『오늘 F동앞 분수대 근처에서 분신이 있을것』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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