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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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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의사표시의 강력한 수단의 하나다. 민주사회는 법과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한 이를 법으로 보장하게 돼있다. 시위가 민주주의의 하나의 요건이므로 시위문화는 그 민주사회의 척도가 된다. ◆지구상에서 미국처럼 시위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수도 워싱턴 그것도 대통령관저인 백악관 주변에는 시위가 거의 그칠 날이 없다. 백악관의 북쪽면과 6차선의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대하고 있는 라파예트공원이 주무대. 서울 종로2가 파고다공원의 배는 됨직한 크기의 이 공원은 글자그대로 백악관과 지척의 거리,최고권부의 눈을 끌기에는 안성마춤의 장소다. ◆시위규모는 각양각색. 혼자서하는 고독한 시위도 있고 수십명에서부터 수만명에 이르는 초대형도 있다. 워싱턴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인권 단체들이 한국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시 꽹과리치고 구호를 외치는 곳도 이곳이다. 이런 정치적 시위에는 워싱턴시 경찰 10여명이 나와 동태를 지켜본다. ◆거리의 시위에 나서는 이슈들도 다양하다. 무주택자 보호,공해추방,반전과 반핵,동성연애자 차별금지,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대책강화,유산방지,유산 장려 등등. 가장 뜨거운 이슈의 하나는 유산 찬반론. 세력이 비슷하고 관련조직도 강력해 연중행사로 치르는 시위에 전국에서 수천명씩 동원된다. 이처럼 「시위의 나라」라 할정도로 시위가 성행해도 폭력은 없다. ◆시위는 관계당국에 신청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승인이 나온다. 당국은 장소와 시간의 중복만을 조정한다. 시위는 허가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엄격히 불법으로 다스려진다. 미국 경찰의 불법시위단속은 가공하다. 한국의 시위문화현장의 화염병과 최루탄과 「대결」같은 것은 상상할수도 없다. 노태우대통령은 대국민사과 담화에서 『공권력의 과잉행사가 재발돼도 안되겠지만 학내문제로 화염병,돌멩이를 던지는 폭력시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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