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현장에서 희생된 강경대군 사건을 계기로 전경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신민당과 야권에서는 전경제도 자체의 철폐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고 민자당에서도 전경의 본래 업무인 대간첩작전 전담으로의 회귀와 전경들이 맡고 있는 시위진압을 정식경찰로 대체하는 문제 등 포괄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일부 법률가들은 전경을 차출해 시위진압에 활용하는 것부터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서 치안보조 업무를 위한 차출은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우리도 역시 전경제도의 현행과 같은 차출·운영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그 개선의지와 노력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만큼이나 때늦었다는 안타까운 심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은 것이다.
원래는 전투경찰이란 특수 목적법에 근거해서 창설됐고,70년대 시대상황에 따라 시위진압이란 시국치안에 전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보완함으로써 경찰의 치안유지 업무를 보조케된 전경의 현 지위와 복무규정을 합헌성 차원에서만 문제로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이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하는 집단시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시위때 질서유지를 위한 공권력의 적절한 대응 또한 필연적인 것이며 돌팔매와 화염병을 앞세운 과격시위가 만성화된 우리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회질서를 저해하고 툭하면 공공 기물을 부수며 도로를 점령하기 일쑤인 과격·폭력시위는 누가 저지를 해도 저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성적 행동보다는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이기 십상인 극렬한 시위현장에서 폭력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시위자들을 보다 안전하게 해산시키는 일을 혈기왕성하고 미숙한 20대 초반의 전경들이 맡아 치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늘 염려해왔다. 또 그러한 일이야말로 고도의 훈련과 공직의식으로 무장된 직업 경찰관들이 맡아야 하고,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이 나올 수 있는 자기판단 능력 소유자들이 맡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평소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개선의 노력없이 밀어붙이는 힘만이 가능할뿐,시키는대로만 행동하는 젊은 전경들에게 시위진압의 중책을 맡겨놓고 있었으나 강군 사건과 같은 불상사는 예고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건으로 퇴임한 안응모 전 내무장관이 퇴임하면서 밝혔다는 『전경을 차츰 정식 경찰로 충원해야 한다』는 말은 바로 전경제도 개선방안의 핵심을 갈파했다고 우리는 본다. 물론 그 방안은 엄청난 예산이 들고 긴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중·장기 계획으로서는 검토 가치가 높으나 단기용으로는 현실성이 약하다. 그러나 강군 사건과 같은 과잉진압의 희생자가 또 나올 수 있는 여건을 개선치 않는다면 우리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악화된 여론을 진화시키기위해 하루 아침에 만든 졸속안을 듣기좋게 둘러대가만 할 일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국민 여론에도 거부감이 적을 개선책을 빠른 시일내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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