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사실” 인식 언론들 노골적 반한논조/“대만중국 관계에 기여” 기대감 보이기도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최근 대만에서는 한중관계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한국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한중수교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양국수교가 한국대만 또는 대만중국관계에 미칠 영향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이곳 언론들은 대만의 오랜 맹방인 한국이 대만을 버리고 중국에 접근하는데 대해 실망과 배신감을 갖추지않아 미묘한 반한기류가 감돌고 있기도 하다.
한중관계에 대한 대만의 깊은 관심은 지난 30일 전시체제 해제를 선포한 이등휘총통의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장시간 언급된 사실에서 잘 나타났다.
이총통은 이날 한중수교 움직임이 「하나의 가정」이라고 전제한뒤 『그러나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우리는 한국과 긴밀히 협조해야하며 양국 협력관계가 없이는 동북아시아지역에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북방정책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이는 한국자신이 고려할 문제』라고 언급을 피했으나 한국과 자유중국은 공산국가에 대항하는 같은 입장임을 새삼 상기시켰다.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대만의 보다 솔직한 반응은 이곳 언론보도에서 쉽게 파악할수 있다. 지난 28일자 연합보는 「남한,중공수교 시간문제」라는 제목을 뽑아 서울북경간에 수교를 둘러싸고 무언가 긴박한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전했다. 26일자 중시만보와 27일자 중국시보도 비슷한 보도를 하면서 특히 사설을 통해 지금까지 대만정부의 대한외교정책이 한국의 비위만 맞추는 쪽으로 너무 피동적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호되게 질책했다. 더 나아가 이 사설들은 아직 정식발령도 나지않은 대북주재 신임한국대사의 인선문제까지 언급,일부 현지신문들에 보도된 박모씨 내정설만을 갖고 『신임 박대사와 임명동의 요청은 거부해야 한다』고 극단적인 반한감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박모씨가 퇴역군인이며 그의 위치로 보아 한국정부가 앞으로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격하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곳의 한국문제관련 소식통들은 서울주재 대만 대사관의 「정보보고」 등을 공공연하게 흘리면서 서울북경간 수교가 단지 시간문제로 임박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서울 북경은 금년 7월께 양국관계를 정부간 관계로 격상시킨다는 원칙에 합의,오는 15일 부산에서 고위급 비밀접촉을 통해 이에 관련한 세부사항을 매듭지을 예정이며 내년중 실질적 수교에 해당하는 정치적 성격의 정부간 공식대표기구를 교환개설하기 위한 논의까지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이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따라 대만언론들은 벌써부터 한중수교 이후의 한국대만관계가 어떻게 변할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8일 연합보는 한중수교가 이미 「조만간의 문제」라고 전제하고 이제 남은 문제는 현재 한국측이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개 중국」 정책을 북경측의 압력을 견뎌내면서 한국이 끝까지 견지할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남북한 교차승인이 실현되리하는 마당인만큼 한국정부의 2개 중국 구상은 결코 실현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열쇠는 한국정부의 관철의지에 달려있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한중수교가 대만중국 관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수 있다는 논리로 한중관계 급진전을 불안과 기대의 엇갈린 시각으로 봐야하는 대만측의 미묘한 입장을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대북=유주석기자>대북=유주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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