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실권주 인수의도 명 5백억증자 제의/극동서 “어렵지만 오기수락” 공세펴자 주춤/업계 “정유업 욕심 현대 무리수”사돈간이자 극동정유의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눠 갖고있는 현대그룹과 극동정유간의 해묵은 경영권 다툼이 재연되고 있다.
양측은 지난 3월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극동정유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유상증자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으나 증자규모와 시기,방법 등을 둘러싸고 경영권을 지키려는 극동과 이번 기회에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현대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의도는 자금력이 부족한 극동에 다소무리한 각각 5백억원의 유상증자를 제의,극동이 자기몫을 조달하지 못하면 현대가 실권주를 인수,주식보유지분을 늘려 결국 경영권도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측 이사진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이같은 의사를 먼저 밝혔고 극동측에서는 유상증자의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현대의 정세영 회장이 극동의 장홍선 사장을 만나 양측 5백억원씩 1천억원의 유상증자를 제의했다는 것. 그러나 극동측은 5백억원이 너무 많다는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이번 유상 증자에서 현대측에 실권주를 넘겨주면 극동정유가 결국 현대에 넘어간다는 점을 감안,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마련할 생각으로 현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측으로서는 극동이 자금난으로 유상증자에 응하지 못하게되면 실권주가 발생,이를 인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극동측이 정회장과 장사장의 만남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나오자 주춤하고 있는 상태,
지금에 와서는 양측이 유상증자에 관해 합의를 한 사실에 대해서도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극동측은 극동정유를 살리려면 결국 유상증자밖에 없다고 보고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에 유상증자를 통보하고 다음달중에 이사회를 소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양측간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을 뿐 구체적인 진행과정은 하나도 이뤄진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극동정유를 현대것으로 만들려는 의도이지 기존의 반분된 경영권이 지속된다면 구태여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사실 극동측이 어떻게 보면 「오기」를 발동한 것은 지난 77년 극동과 50대 50으로 합작을 이뤘던 쉘이 떠나면서 쉘의 지분을 현대가 인수한 이후 현대가 극동측에 가해 온 경영권 장악 기도에 대한 분풀이라는 해석도 있다.
극동의 장사장은 『남보다야 사돈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현대의 참여를 수락했으나 오히려 대그룹의 막강한 영향력을 내세워 경영권을 달라고 요구해왔던것. 현대의 정주영 명예회장은 당시 넷째동생 정신영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제수인 장사장의 누나 장정자씨와 두아들에게 아무조건없이 쉘이 갖고있던 지분을 주었으나 조금씩 회수하기시작,지금은 현대엔지니어링이 35%,장정자씨와 두아들이 각각 5%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는 지난 83년 극동정유의 대산공장을 건설하면서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모든 건설장비,공사를 현대가 도맡아 해야겠다고 주장하면서 극동과 갈등을 빚었고 87년엔 BP(영국석유회사)와의 합작투자계획을 현대측이 반대,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현대는 지난해에 이사 10명중 5명을 확보한데 이어 조카인 장정자씨의 장남 정몽혁씨(30)가 미국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부사장자리에 앉히는 등 노골적인 경영참여의 뜻을 밝혔다.
극동관계자들에 따르면 장정자씨는 남동생인 장사장과 우애는 두텁지만 돈문제나 경영권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시집인 현대의 정회장측 의견을 전폭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것.
한편 정유업계에서는 정부가 정유업 신설허가를 내주지 않자 현대가 극동정유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대재벌의 실질적인 정유회사소유를 달가워하고 있지 않다.
지난 한해에만 1천억원 이상의 결손을 낸 극동정유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금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현대와 극동간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결말이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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