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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정상회담 통역 유학구씨/48년만에 진주고보 동창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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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정상회담 통역 유학구씨/48년만에 진주고보 동창만나

입력
1991.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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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엔 상상도 못할일”/서로 얼싸안고 옛얘기 꽃한소정상회담 통역자인 재소동포 유학구씨(67)가 48년만에 국내의 고교동창생들을 만났다. 소련과학원 산하 IMEMO(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의 한국과장인 유씨는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한소정상회담의 통역을 맡은 인연으로 지난 1월 정부초청을 받고 귀국했었다.

유씨는 제주도 한소정상회담의 통역을 마친뒤 지난 27일 서울 중구 중림동 은정식당에서 열린 진주고보(진주고) 14회 동창회에 참석했다.

『와이리 늙었노』 『키가 더컸네』

일제말기인 43년에 졸업한 60대후반의 동창생 25명은 단번에 꿈많았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얌전했던 소년 유씨의 모습을 되새겼다.

김일근 동창회장(68·건국대 명예교수)은 『한소수교전 학구의 생존소식은 들었으나 연락도 못하다 이렇게 얼굴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연신 카메라플래시를 터뜨렸다. 유씨도 『반세기가 흘렀지만 한시대 한학교에서 같이 지낸 인연이란 우연이 아니다』라며 『불과 3년전만해도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노신사들은 학창시절의 옛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아버지가 50세를 넘어 7남매중 여섯째로 태어난 유씨는 진주고보를 졸업한 뒤 집안이 어려워 관비로 공부하기 위해 만주국국립대학 하얼빈학원 노어과에 지원했다.

해방 5일전인 45년 8월10일 일본군에 징병당해 소련에서 3년간 포로생활도 했던 유씨는 징병되기 이틀전 부모,친구들과 헤어졌었다.

지난 85년 어머니 장정현씨가 93세로 사망한 것도 최근에야 전해들었다는 유씨는 일본 체류중이던 75년에 어머니와 30년만에 전화통화할 때 『네가 산골짜기에서 전사하지나 않았을까 마음에 걸려 아직까지 죽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음성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유씨는 28일에도 동창생들과 임진각 판문점을 둘러보면서 소련과도 왕래하는 지금도 갈수없는 땅 북한쪽을 바라보며 통일을 기원했다.<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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