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회연맹(IPU) 평양총회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합의된대로 우리측 국회대표단은 판문점 루트를 통해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속에 북쪽 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북측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한 이종구 국방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우리대표단의 IPU총회 초청거부를 시사하기도 했었다. 우리가 북측의 이러한 강경반응을 우려했던 것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이 북측의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돼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걸프전쟁은 다국적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평양을 제쳐놓고 제주도를 방문했다. 아마도 북한으로서는 53년 휴전이후 최대의 「정치적 역풍」을 실감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모처럼의 IPU 평양총회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깨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애초에 지난해 10월 제84차 총회에서 평양총회가 결정된 데에는 우리측의 지지·협조가 큰 몫을 했었다. 그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여건은 당시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해왔다.
이러한 여건의 변화에 걸맞게 IPU 평양총회가 남북 당사자사이의 관계도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IPU 평양총회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그것이 IPU라는 국제적 매개를 뛰어넘어,우선 지난해 합의된 대로 남북 의원교류를 빠른 시일안에 실현시키는 데까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북한으로서도 의원교류는 형식상 「정부간 교류」와는 다르기 때문에 쉽게 응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단된 남북 국회회담도 당연히 재개돼야할 것이다.
북한은 아직도 「하나의 조선」을 고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미국과의 외교관계수립을 겨냥하고 있다. 또한 그들의 동맹국인 소련의 「교차승인=교차교류」를 사실상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못하는 유엔 단일의석 가입을 고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서방측 의회민주주의가 주도하는 IPU총회를 평양에 유치한 것도 굳게 닫힌 평양의 창문을 여는 분위기 조성에 보탬이 될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코리아 탁구팀이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IPU 평양총회가 의원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적십자회담과 고위급회담 등 전면적인 남북대화 재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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