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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기전엔 「요양허가」 못받아(공포의 직업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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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기전엔 「요양허가」 못받아(공포의 직업병:2)

입력
199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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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강요에 작업장서 「사투」/특수 검진후 1년 넘어서 통원치료… 이미 중증/「산재판정」까지는 월급도 못받고 치료비 걱정원진레이온 방사과에서 16년간 근무해오다 지난 23일 쓰러져 고려대 혜화의료원 237호실에 입원중인 박수일씨(50·경기 구리시 교문동 360)는 이황화탄소 중독증세에 10여년간 시달려왔다.

박씨는 75년 3월 이 회사에 5급 직원으로 입사한뒤 80년 부터는 작업반장으로 일해왔다.

박씨의 중독 증세는 이미 6년전에 나타났다.

다리가 저려오고 두통이 심해 거의 매일 몸살감기약을 2∼3병씩 복용해온 박씨는 3년전부터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다리 일부가 돌덩이처럼 굳어졌고 기억상실·언어장애까지 일으켰다.

혼자 외출해서는 집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잊어버려 가족들이 신상메모를 적어 만들어준 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박씨 부인 신홍자(50)는 회사에 찾아가 『남편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신장조직 검사를 언제 받게될지도 모르니 요양허가를 내달라』고 요청했으나 한마디로 거절당했다.

회사측은 『직업병이라는 판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요양허가를 내줄수 없다』며 『사표를 내면 검진이 필요한 퇴직자의 순번에 따라 처리해주겠다』고 사직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중증환자와 다를바 없는 박씨는 보증금 1백만원에 월 12만원의 사글세를 살고 있는 형편상 월급 80만원을 받기위해 작업장에서 「사투」를 계속해야 했다.

지난해 10월에야 겨우 신장조직 검사를 받을 수 있었으나 회사측의 업무처리 지연으로 해를 넘겨 지난 2월 『이황화탄소 의증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고 한달뒤 회사측으로부터 요양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특수 검진후 1년만에야 통원치료를 하며 누워지낼 수 있었으나 병은 깊어질대로 깊어진 뒤였다.

같은 병원에서 지난 26일 똑같은 증세로 입원한 원진레이온 방사과 근로자 김장수씨(37·경기 미금시 도농동 129의 65)는 지난해 10월20일 집에서 쓰러진뒤 지금까지 하반신 마비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야근을 한뒤 잠을 자고 일어나다 발과 허벅지에 통증과 함께 마비증세를 일으켰다. 김씨도 박씨와 같이 기억상실·언어장애 증세를 보여 가족들을 안타깝게 한다. 지난 79년 원진레이온에 입사한 김씨는 줄곧 방사과에 근무해왔다. 김씨의 부인 김순이씨(29)로부터 요양신청을 받은 회사측은 『집에서 쓰러졌기 때문에 산재처리를 해줄수 없고 자비로 병원에 가서 직업병 판정을 받아오면 산재를 인정해주겠다고』고 무책임한 소리만 했다.

병원에 찾아가 검진해 달라고 했으나 『회사측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거절했다.

회사측의 동의없이 검진해 줄 경우 원진레이온 근로자 1천여명이 밀어닥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23일만에 가까스로 요양허가를 받아낸뒤 고려대 혜화의료원을 찾아가 근전도검사(근육과 신경계통의 검사)를 받았다.

의사의 소견은 『안과에 이상이 있고 신장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오는 6월24일로 정밀검사일이 잡혀 있으나 보름전부터 복부·가슴통증이 심하고 오른쪽 허벅지가 굳어버려 서둘러 입원했다.

김씨는 쓰러진뒤 「산재미수처리」를 이유로 월급 60여만원을 지난 2월까지 4개월동안 한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 3월부터 기본급의 30%인 18만원을 받고있지만 원진 신용협동조합에 집보증금 등으로 빌린 2백만원의 원금과 이자를 내고나면 3만원만 손에 쥘뿐이다.

부인 김씨는 생활이 막막해지자 지난 1월부터 텐트공장에서 잡부로 일해왔나 병수발을 못해 최근 그만두었다.

부인 김씨는 「산재판정을 받지못하면 병원비도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더라」면서 『남편병이 직업병이 아니면 누가 산재환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희뿌연 가스가 가득찬 작업장에서 마스크나 보호복도 지급받지 못하고 보안경만 쓴채 10여년을 근무하면서 수명을 단축해왔다』는 김씨는 『원진사태를 계기로 공해기업이 크게 각성하고 정부당국도 근로자 편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더듬더듬 말했다.<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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