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진등 정밀… 농가 항아리 셀정도/20여가구 점검끝 불법 공덕비 첫 적발/마을스피커 주민소집 「민원요청」 몰려들기도국토의 성역인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의 훼손행위는 관계공무원이 정기적인 단속만 철저히한다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광역의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실시되고 있는 그린벨트내 위법행위 특별단속을 동행취재한 결과 『매월 1회 이상 감시활동을 하고있다』는 담당공무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행위가 발생한다는 일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다쓰러져 가는 헛간이나 변소까지 빠짐없이 건축물관리대장에 기록해 변동상황을 점검하고 그것도 모자라 항공촬영사진까지 동원하는 감시체제 속에서 심심찮게 그린벨트 훼손행위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 감시체계에 어딘가 구멍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단속반의 단속활동을 지켜보면서 그 구멍은 담당공무원의 감시소홀보다는 묵인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설부·경기도·수원시 장안구 등 관계공무원 9명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은 26일 상오 10시께부터 도시주변의 그린벨트구역인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을 시작으로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반이 준비한 자료는 그린벨트 지도와 그린벨트내 모든 건축물의 건축물 관리대장 그리고 항공사진.
건축물 관리대장에는 모든 건축물의 면적과 모양,증·개축상황이 사진과 함께 소상히 기록되어 있었고 항공사진은 농가장독대의 항아리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정밀했다.
단속반은 그린벨트의 초입인 하광교동 57 수원 상수원 관리사무소의 관사부터 건축물 관리대장과 항공사진을 비교해보며 변동상황을 체크해 나갔다. 단속반은 대지면적이 다소 넓거나 최근에 증·개축허가를 내준 집 등 미리 점검대상을 선정해 이를 중심으로 위법사항을 조사하면서 대상에 없더라도 최근 페인트칠을 다시했거나 수리를 한 표시가나는 집을 골라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이 얼마나 철저했냐하면 용도가 헛간으로 난 건축물이 혹시 자재창고나 방으로 사용되지 않는가 하는것까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였다.
이 지역은 상수원보호 구역이라 가축을 키울 수 없게 돼있기 때문에 과거에 축사로 건축허가가 났더라도 다른 용도로는 변경해서 쓸수가 없다. 방을 만들수도 있지만 구청의 단속에 걸릴 뿐만 아니라 이웃주민이 신고해버려 불가능하다.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공무원들을 주민들이 반길리없다. 담당공무원이 공손하게 인사를 해도 본체만체하기 일쑤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주민들도 있다.
한달여전에 창고에 자녀의 공부방을 들여놓았다가 단속반에 적발돼 방바닥을 뜯어냈다는 한 노인은 단속반원을 만나자 『바쁘신 분들이 또 무얼부수려고 왔어』하며 한 단속반원의 소매를 잡았다. 다시 방을 들였는지 확인을 해주겠다고 집으로 끌어들였다. 방바닥이 뜯긴 채로인 창고를 확인한 단속반은 원망에 찬 노인을 피해 얼른 집을 빠져나와야 한다.
20여가구를 점검한뒤에야 위법사항이 적발되었다. 산중턱에 묘가 들어서 있었는데 석등과 돌계단,공덕비까지 갖춘 꽤 큰 규모였다.
공덕비를 세운 날짜는 90년 12월24일. 묘는 원래 있었으나 석조물은 없었다는 담당공무원의 증언으로 명백한 그린벨트 훼손행위로 적발되었다.
최근 개축한 한농가의 지하층이 과다 노출되었는지 실측할 즈음에 스피커가 울렸다.
『주민여러분! 지금 건설부에서 그린벨트 단속을 실시중이오니 주민들은 빠짐없이 마을회관에 집결해 주십시오』 스피커는 반복해서 울렸다. 어느 주민이 단속사실을 동장에게 알린 것이다. 단속반원들은 태연한척 했으나 운전기사에게 마을을 떠나자고 했다.
마을회관 앞을 차가 지날때 동장이 차를 세우려고 했지만 봉고차는 먼지만 날리고 달아났다. 『건설부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주민들의 민원을 어느정도 들어 주지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저러는 겁니다』구청의 담당공무원의 설명이다.
하오 2시부터는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과 호매실동 일원의 그린벨트에 대한 단속이 속개 되었다. 1백여가구의 점검대상 건축물에서 위법사항은 거의 적발되지 않았다.
농업진흥청 종묘시험장의 한 관계자는 그린벨트가 시험장의 반을 차지,건물이 낡았는데도 개축에 따른 까다로운 절차때문에 손을 못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오 6시께 단속을 끝내고 귀로의 차속에서 한공무원은 이렇게 실토했다. 『그린벨트내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겐 단속이 심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러나 일일이 딱한 사정을 들어주면 그린벨트는 걷잡을 수 없어 허물어질 것입니다』
이날 체험에서 얻은 것은 주민들이 생활의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 비교적 잘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위법행위가 3천5백25건이나 되고 단속이 강화된 올들어 1·4(1∼3월) 분기에 2백38건이 적발되었다는 것은 결국 담당공무원이 위법행위를 눈감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특별단속이다 해서 요란을 떨 필요도 없이 담당공무원이 평상시에 감시를 잘하면 그린벨트는 절대로 훼손될수가 없기때문이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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