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개혁입법」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보안법 안기부법 경찰관계법 개정문제를 이번 국회에서는 과연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좀체로 양보하기가 겁나는 민감한 문제였고 그래서 너무나 오랫동안 여야간에 쟁점으로 질질 끌어왔기에 이제는 타결할때도 되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돌이켜보면 개혁입법 문제는 13대 국회출범과 동시에 제기되었던 것이나 3년이 넘도록 여야간의 의견 대립으로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표류를 거듭해온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민주화를 위한 개혁이 많이 이뤄졌지만 가장 중요한 개혁입법 문제에서만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해온 셈이다. 민주화 개혁을 위한 입법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지방의회선거 등 그동안 진행된 다른 분야의 민주화는 벌써 봄을 맞아 활짝 피고 있는데 유독 이 문제에서만은 동장군시대의 무거운 겨울옷 차림 그대로이다. 민주화작업이 착수된지 3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13대 국회도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데도 권위주의 강권정치 시대를 휘어잡던 법들이 손도대지 않은채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대외적으로는 북방외교의 성공적인 전개 등으로 국제조류에 잘 적응해가고 있는데 대내적인 체제정비에서 질척거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력량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듯 정치권에서도 반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지난 20일 노태우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 총재와의 회담에서 서로 양보하는 분위기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더니 내주에는 김영삼 민자당대표와 김총재간의 김김회담에서 극적인 타결을 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민당은 이미 보안법의 철폐라는 종래의 강경방침을 철회하고 기존의 보안법을 개정키로 방향을 급선회함으로써 야당으로서는 예상밖의 양보를 한셈이다. 여당인 민자당도 이에 상응하는 양보로 화답한다면 이번 회기내 처리는 낙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낙관론과 동시에 정치권의 기류가 하도 변화무쌍한 것이어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져 상황을 반전시킬지 알 수 없다는 불안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는 무슨 일이있더라도 결말을 내야한다. 앞으로 정치일정을 보면,6월 광역지방 의회선거가 끝나면 7월부터는 민자당에서 후계주자 선정을 둘러싸고 슬슬 바람이 일 것이고 9월 정기국회는 내년초의 14대 총선때문에 파장분위기로 썰렁할게 틀림없다.
시기적으로 보아 13대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마무리 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대로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국회에서 끝장 내야한다.
만일 이번에도 협상에 실패해서 원만한 타결을 보지 못한다면 여야가 모두 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타협이 실패해서 다음 국회로 넘어간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한층 더 깊어질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타협실패를 구실로 만일 여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한다면 그것도 선거전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야당 역시 강경투쟁밖에 모른다는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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