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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역겨운 냄새… 미금은 “공해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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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역겨운 냄새… 미금은 “공해중증”

입력
199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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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화탄소 공포 원진레이온을 가다/준공 3년 육교 20년된듯 “푸석”/두통환자 줄이어… 7만 시민이 「직업병」/공장부근 주민들 “가전제품 마루 못내놔”【미금=이종수·남대희기자】 3년밖에 안된 육교가 20년은 넘은것처럼 부식돼 있다. 망치로 살짝 내려치기만 해도 유교난간이 부서져 버린다.

주민들은 가전제품을 마루에도 내놓지 못한채 매캐하고 역겨운 냄새때문에 1년내내 고생하고 있다.

62년에 원진레이온이 공장가동을 시작한이후 누적된 공해로 7만5천여 미금 시민들은 10여년전부터 「직업병」을 앓고 있다.

서울 근교의 쾌적한 위성도시였던 미금시는 이제 원진레이온이 위치한 도시의 입구에서부터 다른 곳에서는 맡을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공해도시가 돼버렸다.

원진의 전·현직근로자가 태반인 시민들은 이같은 냄새에 만성이 된 표정이었으나 공장주변의 형편없이 부식된 철제육교나 공중전화부스,학교의 철봉 등은 유독가스의 독성을 잘 알려주고 있다.

원진레이온 공장정문에서 20여m 떨어진 육교는 세워진지 3년만에 지난주부터 보수작업이 한창이었다.

육교공사만 해왔다는 영춘씨(26)는 『육교의 난간 밑부분부터 쇠가 썩어들어가 망치로 살짝 만치면 부서져버린다』며 『세워진지 3년밖에 안된 육교가 20년은 된것처럼 부식돼버렸다」고 말했다.

공장부근 주민들은 가전제품 등은 마루에 내놓지않는 것이 철칙이며 TV 안테나가 쉬 녹슬어 유선방송을 이용하는 가구수도 타지역보다 훨씬 많다.

공장후문에서 2백여m 떨어진 곳의 공중전화부스 알루미늄테두리도 벌겋게 녹슬어 있었다.

인근 광명약국 약사 이혜영씨(29·여)는 『두통약이 이곳만큼 잘팔리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하루 평균 20여명이 찾아와 두통약을 사거나 손발이 저리는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중한 철문이 굳게 닫힌 공장 정문 앞에는 지난 1월5일 직업병 판정을 받지못한채 숨진 김봉환씨(53)의 시신이 놓여진채 자신의 병명조차 모르고 고통을 겪어 온 전·현직근로자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84년 5월 18년만에 퇴직한 김영주씨(61)는 이빨이 대부분 빠지고 우측반신마비·언어장애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나 비유해부서라는 이유로 회사측이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아 아직까지 요양신청을 못하고 있다.

「산업재해없는 세상 인간답게 살아보자」 등의 유인물과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공장밖 분위기와 달리 공장안은 이날도 1천5백여 근로자들이 평소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원진레이온 노무부장 박탁규씨는 『88년 11월 50여억원을 들여 유해부서 근로자들에게 에어헬멧을 지급하고 산재보상만도 31억원을 지급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기자의 작업장 출입을 막았다.

박씨는 『직업병 환자가 나올 정도로 관리를 못한것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져 인력충원이 안돼 공장가동이 중단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새로 구성된 시의회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주민중 이 회사를 거친 사람들이 태반이며 현직 근로자만도 1천4백여명이나 돼 의원들도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금시의회 의장 이문철씨(56)는 『공장이전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려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주민들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60년대에 폐기처분한 기계를 도입한 기업이나 감독을 철저히 하지않은채 무재해증명서나 발급한 노동부의 안일한 자세를 비난하고 있었다.

◎원진레이온은 어떤기업인가/인견사생산 후진국형 공해업체/경영난 거듭 79년부터 법정관리

원진레이온(경기 미금시 도농동·대표 백영기)은 직업병환자와 유소견자가 속출하는데도 작업환경의 개선없이 전근대적 방법으로 비스코스인격을 생산해온 대표적인 공해산업체이다.

원진의 전·현직근로자중 노동부에서 이황화탄소 중독판정이 난 사람은 75명으로 최근까지 정밀진단을 받은 1백7명의 70%에 이르고 있는데 1백60여명이 또 정밀진단을 기다리고 있어 중독자는 더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직근로자 1천4백3명에 퇴직근노자가 1만2천명이나 돼 이들중 중독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원진레이온은 지난 59년 화신그룹 박흥식 회장이 일본 도레이사로부터 20년묵은 낡은 기계를 도입,62년부터 비스코스인견사를 생산하기 시작한 후진국형 공해업체이다.

원진은 그뒤 불어닥친 나일론·데드론 등 화학섬유에 밀려 인견사의 수요가 급감하자 적자운영을 계속,68년에 한국산업은행 관리로 넘어가는 등 몇차례 주인이 바뀐뒤 79년 12월부터 산업은행에서 법정관리를 하고 있다.

원진에서 최초로 직업병환자가 발견된 것은 지난 81년이나 당시엔 우발적인 사고로 처리돼 곧 묻혀버렸다.

그러나 지난 88년 근로자 4명이 직업병으로 처리되자 산재요양신청이 쇄도,이후 원진레이온피해자가족협의회(원가협)와 원진레이온피해노동자협의회(원노협)가 결성하고 이들을 통해 많은 근로자들이 직업병 인정과 보상을 받게 됐다.

노동부에서는 이처럼 원진에서 이황화탄소 중독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는 데도 적극 개입을 않고 방관하다시피 해왔다.

오히려 지난 86년엔 원진측에 2만5천시간 무재해기록증을 발급하기까지했다. 최근에도 이황화탄소중독 유소견자들의 작업장 전환여부 등을 철저히 감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무책임·무사안일 행정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이시영기자>

◎이황화 탄소/나치에 의해 신경독가스로 사용/초기 발견못하면 중독치료 불능

이황화탄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신경독가스로 사용됐을 정도로 치명적인 가스다. 주로 폐를 통해 인체에 흡수돼 중추신경과 말초신경 장애·방향과 시간개념상실·고혈압·수면장애·성기능장애 등을 일으키는데 초기에 발견·치료하지 못한 경우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무서운 신경독이다.

이황화탄소는 인견사의 원료가 되는 목재펄프(셀룰로스)를 녹일 때 사용되는데 상온에서 액체상태인 이 물질은 펄프용액이 인견사로 방사되는 과정에서 가스로 변해 작업장을 가득채운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이미 수십년전에 생산공장을 폐쇄하거나 공정을 완전자동 무인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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