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위 의원들 “박대사 소환·해임” 결의/당 “개방 불가” 강조속 사전협의 여부에 촉각정부·여당이 「쌀시장 개방」 시사발언 파문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박수길 주제네바대사가 지난 23일 『UR협상 추이를 볼때 쌀시장의 소폭개방이 불가피하다』고 한 발언을 둘러싸고 농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민자당이 파문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비상」이 걸리는가하면 정부도 당과 농민을 상대로 진의해명에 부산.
박대사의 발언은 가뜩이나 쌀문제를 포함,UR대책 전반을 「1급 현안」으로 다루어오던 민자당에 전혀 예기치않은 돌출상황. 특히 당장의 광역의회선거,더 나아가 총선을 앞둔 민자당으로서는 「결백입증」이 사활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농촌표밭」을 갖고있는 국회농림수산위 의원들이 극도로 흥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
○…민자당소속 국회농림수산위 의원들은 24일 전경련회관에서 가지려던 양곡관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당정회의를 「박대사 발언」 대책회의로 긴급 전환하고 박대사를 격렬히 성토.
이들은 이 자리에 참석한 조경식 농림수산부장관을 『이런 일을 어떻게 농림수산부와 사전상의도 없이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다그치는가 하면 『만약 주무부처와 상의도 거치지 않은 그런 발상을 개인자격으로 서슴지않는 대사라면 어떻게 우리측의 협상대표로 믿을수 있겠느냐』고 고성.
이에 조장관은 『박대사와 전혀 협의를 한바도 없고 정부로서는 쌀시장 개방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해명했으나 의원들은 박대사의 본국소환과 보직해임을 결의하고 이를 당지도부와 정부측에 건의키로 결정.
정창화위원장은 『쌀은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개방에서 제외돼야할 품목이고 정부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라며 『박대사의 발언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흥분.
또 이종근 박경수 박태권 정동호의원 등도 『7백만 농민의 어려움을 모르고 외교적 수사나 동원하는 박대사에게 협상을 맡길 수 없다』고 결의문채택을 채근.
○…민자당은 일단 박대사의 발언내용을 『실제와 다르다』고 강력히 부인하는 한편 박대사가 UR협상 수석대표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데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정부와의 사전협의 여부에는 별도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인상.
나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오 황급히 기자실을 찾아와 『쌀개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뒤 『쌀재고도 과잉상태인데 외국 쌀을 또 어떻게 수입한다는 말이냐』며 짜증.
나의장은 『쌀시장은 끝까지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 민자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거듭강조하고 『주무부서인 외무부와 농림수산부에도 이같은 우리입장을 충실히 반영,UR협상에 임해 주도록 촉구하겠다』고 강력한 어조.
나의장은 또 박대사가 국내 쌀시장 개방 불가피성의 근거로 일본시장 개방임박을 꼽는데 대해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우리와 20%를 밑도는 일본이 어떻게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한마디로 일축.
그는 이어 『하필이면 당이 농어촌구조 조정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시기에…』라고 말끝을 흐리며 어이없다는 표정.
나의장은 『박대사는 다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자는 선의로 말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도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태도.
○…한편 외무부는 이날 박대사의 발언이 의외의 파문을 일으키자 몹시 당혹해하며 관계부처 및 민자당 등에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느라 부산.
외무부측은 『박대사가 외국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마치 우리가 쌀시장을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처럼 오해됐다』면서 『박대사도 회견에서 밝혔듯이 우리측은 지난 1월 재개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시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
그러나 박대사가 지난 23일 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현 단계에서의 우리측 협상자세는 아니더라도 향후 협상전개에 대비한 정부의 「본심」을 내비친 것으로 보여 쌀개방 문제는 계속 불씨로 남을 전망.
한편 외무부 관계자들은 『박대사가 캐나다에 오래 근무하다 곧바로 제네바로 옮기는 바람에 국내정치적 감각이 무디어진 모양』이라며 민감한 쌀개방 문제를 언급한 박대사에 동정론도.<유성식기자>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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