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게임에는 위험이 따른다. 국내정치에서도 그렇고 국제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소 국교정상화가 실증하듯 한국의 북방외교는 한반도의 냉전체제붕괴라는 스테이터스 쿠그(현재유지)의 타파를 겨냥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남·북 및 미·일·소·중 등 주변 4강과의 관계에 변화를 줄수있다. 이런 의미에서 북방외교는 한국이 벌이는 파워게임이라 할수있겠다.구한말 서세동점의 변혁기에 우리가 안팎의 변화에 대처할수 있는 국력을 배양치못해 나라를 잃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한반도를 둘러싼 파워게임을 주도적으로 밀고 나갈수 있는 힘과 외교역랑이 있는가.
이것이 지금 성찰해볼 문제다. 이번 한·소 제주 정상회담이 의미하듯 한·소간의 급속한 관계개선은 기존의 한·미 우호관계의 균열을 우려할 정도로 초고속이다. 얼마의 속도로 어디로 가고있는지 그 좌표를 명확히 읽고있으면 우려할것이 없다.
강대국들을 상대로한 다변외교에 경험이 없는 우리정부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우호협력조약」 체결 제의에 그 의미도 채 파악치 못하고 동의했다가 이를 수정발표하는 중대한 미숙을 드러냈다.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대좌하고 있다는 그 역사적 사실의 의미 그 자체에 만족하여 그의 말과 그 함축된 뜻에 주의를 소홀히하지 않았는가하고 생각해본다.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특히 고르바초프대통령과 같이 예기치않은 제안을 불쑥 불쑥해온 정상들을 상대할때는 예상 질의 응답을 해보는 것이 관행이다.
레이건 미 대통령은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고르바초프의 핵무기 전면폐기 제안에 동의,미국조야를 발칵 뒤집어 놓은일이 있다. 핵무기를 모두 없애면 재래전력이 월등히 우세한 소련에게 유리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미국의 대소 기본전략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다. 조지·슐츠 국무장관,캐스퍼·와인버거 국방장관 등 레이건대통령 막료들이 곧 정정했다. 미국의 입장은 1백%가 아니라 50% 폐기라고 했다. 이 해프닝의 책임은 레이건대통령의 노령탓으로 돌려졌다. 이후부터 미국측은 고르비의 있을지 모를 「기습제안」에 노이로제가 됐다.
소련측에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부시대통령도 첫 상면인 몰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점을 유의했으나 돌줄제안이 없었다. 레이건대통령의 실수는 국민적 이해와 인기에 의해 덮어졌다. 뭣보다 미국의 힘에 의해 커버됐다.
한국정부의 무의식중의 「동의」도 곧 수정됐다. 노태우대통령은 한·소 선린협력조약 체결문제와 관련,『한·소관계는 물론 미·일 전통우방의 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토록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정부가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조약체결 제안이 갖고있는 파급의미에 유의케된 것은 제3국의 문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외교의 취약점을 보인것이나 돌이킬수 없는 손상을 입은것은 아니다. 정부는 관례대로 제주 정상회담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이상옥외무를 미·일에 파견했다. 또한 균형의식에서인지 오는 6,7월 노대통령의 방미나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줄타기 외교라는 인상을 주기쉽다. 우리의 미·일·중·소 등 강대국외교는 이제 더 복잡하고 까다롭게 돼있다. 한국은 미·일 등 전통우방국에 대해 소·중과의 관계정상화 및 개선 등 북방정책이 그들의 이해관계와 상충이 안된다는 것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미·일은 한국의 북방정책을 지지해왔다. 한국이 대소 경협문제에서 미·일보다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나 이에대해 반대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미·일과의 신뢰성 유지가 더욱 긴요하다. 이 바탕에서 독자적인 대강대국외교를 펴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방에 줄타기외교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 콜 독일총리의 외교가 교훈이 될수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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