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사무소 실질적 준외교공관 역할 수행/“대북한 관계정상화 모델케이스” 눈길 끌어미국과 베트남간의 수교협상에 시동이 걸렸다.
미국은 최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상주사무소를 설치키로 결정함으로써 베트남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미·베트남간의 국교수립 움직임은 향후 미·북한간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하나의 중요한 모델 케이스가 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미국은 하노이에 설치키로한 「임시사무소」가 실종 미군(MIA)과 전쟁포로(POW) 문제만을 다룰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무소가 실질적으로 준외교공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임은 거의 확실하다. 미국은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쿠바와 대만에 이와 유사한 사무소를 두고 있다.
미국이 언제 하노이에 공식사무소를 설치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미·베트남간의 수교협상은 급진전될 가능성이 한결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베트남이 캄보디아사태에 관한 유엔 평화안을 수락하고 나아가 프놈펜에 민주정부를 수립하는데 협조하지 않는한 베트남과의 관계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국제 핵사찰을 수락하고 남북대화에 적극 응하라는 전제조건을 달고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베트남에 공식사무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미·베트남 수교를 캄보디아 문제에 관한 유엔평화안의 실현과정에 연계시키겠다는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하노이에 상주사무소를 운영하겠다는 속셈을 읽어보면 미국의 이같은 「연계정책」이 「탈연계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베트남정부는 그동안 미국에 대해 무조건적인 수교를 촉구하면서 미국측이 요구해온 MIA와 POW 문제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이는 경제재건에 필요한 달러와 기술을 유치하기 위한 일념에서 였다.
미국은 그러나 갖가지 전제조건을 붙여대며 베트남과의 수교협상을 미뤄왔다. 궁지에 빠진 베트남정부의 목을 한층 조여 캄보디아 사태까지 일괄타결해 보자는 속셈에서 였다.
미국정부의 이같은 비타협적 태도는 의회에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미의회,특히 상원일각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무역규제를 풀라는 요구와 함께 프놈펜정부를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거세게 일고 있다.
리처드·루가 상원의원은 이달초 『걸프전의 여파로 월남전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면서 미·베트남간의 국교정상화를 촉구했다. 한편 프랭크·머코스키 상원의원은 ▲미국내 베트남 동결자산의 해제와 ▲대베트남 무역규제 철폐 등을 골자로하는 법안을 마련중이다.
미국정부가 지난 19∼20일 베시장군을 하노이에 보내 상주사무소를 설치키로 한 것도 이같은 의회의 압력을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베시장군은 베트남방문을 마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대표가 『추후 일정을 결정해 다시 만나는 것이 유익하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혀 양국간의 수교협상에 가속도가 붙게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베트남간의 수교가 캄보디아 사태의 전개상황과는 별개로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커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이상석기자>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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