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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층의 타락/이재열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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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층의 타락/이재열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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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히로뽕 상습투약자로 경찰에 적발된 재벌2세 유명기업인 의사 등 부유층 인사들은 죄의식이 마비된 무감각증 환자들이었다. 사회적 지위나 신분도 놀랍지만 그들의 범법행태와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보여준 뻔뻔스러움은 유한계층이 어떻게 타락했으며 우리사회에 번진 환각 욕구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충분히 알게 해주었다.경찰에 붙잡힌 5명은 『좋은 것이라는 친구의 권유를 받고』,『마약퇴치운동에 앞장서기 위해 해독을 체험해보려고』 등 히로뽕상용의 동기를 스스럼없이 밝혔고 주말마다 골프모임을 통해 만나 단골술집에서 히로뽕을 술에 타마시거나 아파트를 전전하며 히로뽕 주사를 맞아온 사실을 술술 털어놓았다.

이들중 의료계에 꽤 이름이 알려진 신경정신과 의사는 처남의 권유로 어울려 히로뽕을 맞기시작,중독이 되면서 의사인 덕분에 쉽게 구할수있는 신경안정제 바륨 등을 공급하는 일까지 맡았다.

마약의 해독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고 중독환자를 치료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의사가 자기자신도 고치지 못하는 환자가 돼버린 것이다.

제벌 2세들은 하는 일 없이 무위도식하면서 유흥비로 돈을 물쓰듯 함으로써 기업인의 윤리를 저버리고 자신은 물론,가정까지 망쳐버렸다.

검거된 전과 17범의 전 호청련 대변인은 지난해 6월 결성된 모 청소년 선도단체의 부회장을 맡아 행세하면서 가수·탤런드 등과 내연의 관계까지 맺어왔다.

이들 유한계층 인사들은 좀더 강한 쾌락과 자극을 얻기위해 호기심에서 히로뽕을 찾고 히로뽕을 통해 환각상태를 맛본 뒤에는 정신적 공허감과 중독성 때문에 또 히로뽕에 의지하는 파멸의 길로 줄달음쳤던 것이다. 그 줄달음질에는 「내돈으로 무슨짓을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도덕불감증이 가세됐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처럼 겉으론 멀쩡한 히로뽕꾼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부유층의 생활윤리 확립이 다시 강조돼야 하겠지만 이제는 국민모두가 마약 범죄의 감시자라는 자세로 자기 주변부터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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