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좌파단체 무력공격 사회문제화/주로 10∼20대… 히틀러 생일 축하행사까지구동독 지역에서 통일후 네옹나치와 스킨헤드 등 국수적주의 폭력세력들이 외국인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삼아 사회적문제가 되고 있다.
주로 10대후반∼20대인 이들 광신적 극우집단들은 베를린장벽 분리직후부터 서독각지로부터 베를린으로 몰려들어 통일이 급진 극우세력의 확산을 가져올 조짐을 보였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통일행사 당시 통일에 반대하는 좌파시위대를 곤봉과 자전거체인 등으로 공격하고 방화를 저지르는 등 소란을 벌였었다. 그런데 이들은 통일후 동베를린과 라이프치히,드레스덴 등 동독도시의 버려진 주택들에 집단거주하면서 베트남과 아프리카인 등 아직 남아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공격,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패가 심한곳은 작센주 수도 드레스덴시. 이곳에서는 지난 7일 모잠비크인 청년이 스킨헤드들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발생,상황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이날 새벽 4시께 빈전차에 혼자 타고가던 28세의 모잠비크 노동자를 5·6명의 스킨헤드들이 공격,달리는 전차밖으로 내던져 숨지게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이 숨진 청년을 위한 추모예배를 가진 좌파시민단체가 드레스덴 중심가에서 애도행진을 하던중 다시 수십명의 극우파집단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 극우파들은 나치구호와 「외국인은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체인과 철봉을 휘둘러 진압경찰과 충돌했다.
드레스덴시는 이 사건 뿐만아니라 매일밤 수백명의 극우파들이 도시곳곳에 몰려다니며 외국인들을 공격,공포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때문에 드레스덴모르겐 포스트지는 최근 『매일 밤 「사냥」이 벌어지고 있다』고 묘사할 정도다. 드레스덴시 당국은 2천5백여명의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야간에는 거리로 나가지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드레스덴시 등 동독 도시들에게 극우폭력집단이 발호하고 있는것은 이들 도시의 경찰력이 서독지역에 비해 부족하고,특히 통일후 경찰의 치안확보능력이 와해상태에 있는 것이 큰 요인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주민들간에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높아지고 있어,외국인들이 피습당하고 있는 현장을 못본체하는 등 사실상 극우 폭력집단의 확산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드레스덴시의 외국인 담당관리는 『드레스덴이 독일극우파의 본거지가 되고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서독의 극우 폭력세력들이 동독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을 동독주민들의 「국수적성향」이 강한점과 무관치 않은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에 비해 「게르만의 순수성」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심리저변에 묻혀져 있는듯 하던 「외국인 혐오」가 통일과 함께 다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 8일 폴란드와의 여행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동독인들의 외국인 적대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데서도 입증됐다고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이날 폴란드와의 접경도시인 프랑크푸르트·오데르에서는 네오나치 세력 등 수천명의 동독청년들이 폴란드 버스에 투석,폴란드오케스트라 단원 수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독일 언론들까지도 네오나치집단의 과격행위는 독일인이 전통적인 폴란드인 혐오,외국인 적대감이 표출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개탄했었다.
독일은 지난 1월부터 외국인들의 체류비자발급 규정을 변경,종래 동반자로 처리하던 어린들에게도 별도비자를 받도록 했다. 이때문에 베를린의 경우 수만명의 외국인들이 일제히 비자를 바꾸기위해 외국인등록 경찰서로 몰렸다. 그런데 경찰당국은 하루 일정수만을 접수하고 나머지는 그냥 돌려보내는 바람에 지난 겨울내내 매일새벽 수백명씩의 외국인들이 경찰서 앞에서 5·6시간 이상씩 줄을서 기다리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서는 고통을 며칠씩 되풀이 해야했다.
어쨌든 통일독일의 국수적 극우세력의 준동은 갈수록 고조될 기세다. 오는 20일 드레스덴시에서는 독일전역의 극우세력들이 모여 전후 최대규모의 시위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광신적 극우세력의 우상인 히틀러의 생일을 기념,축하하는 행사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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