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김 독식」땐 이기택 「제3 대안」 가능성/조윤형·정대철「민주 3인방」 뉴리더로3당 합당으로 인한 거여의 출현으로 입지가 좁아지긴 했지만 야권은 정권교체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야권이 정권교체를 이루자면 대권싸움에서 이겨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자가 있어야하며 그다음을 분명히 기약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후계자그룹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내각제 개헌이 불발될 경우 야권의 대권주자는 누가 될것이고 지도자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현재로서는 김대중 신민총재가 대권주자로 독주상태에 있고 이기택 민주총재의 출마여부가 관심의 대목이다. 후계자그룹은 신민당의 경우 김총재 그늘에 가려 잠행하는 편이지만 민주당은 개성발휘가 충분히 허용되는 분위기에 힘입어 활발한 각재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대중 구도◁
야권의 대권주자는 김대중 신민당총재가 독주상태이다. 14대 대통령선거를 상정할 경우 김총재가 세번째 출마를 할것이라는 사실은 부동의 상수로 봐야한다. 단지 김총재의 후보형태,즉 야권통합이 안된 상태에서 신민당만의 후보냐,아니면 통합이 이뤄진 가운데서 범야후보냐가 관심이다.
김총재는 신민당을 출범시키면서 『이는 야권통합의 첫단계이고 광역의회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통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광역의회선거가 끝난뒤 세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통합을 한다는 구상인데 어느정도 현실로 나타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김총재는 광역의회선거와 14대총선 등에서 세보강을 한뒤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밝혀놓고 있다.
김총재가 부동의 대권주자임은 틀림없지만 넘어야할 고비와 극복해야할 장애물은 많다.
우선 첫번째로 들수있는게 지역성 문제이다. 김총재는 이를 위해 평민당 간판을 내리고 신민당을 출범시키는 고육지계를 감내하기도 했지만 이 문제가 김총재의 대권가도에 가로놓인 최대의 장애물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으로는 야권내부의 문제,즉 야권통합을 요구하는 야권내부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렴하느냐이다.
신민당내의 서명파들은 광역의회 이후를 기약하고 있고 민주당내의 젊은 의원들도 광역의회가 끝난뒤 또다시 통합문제를 본격 거론할 태세이다. 야권통합문제가 본격화되면 김총재에게는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 거취문제가 재론될 가능성이 높다.
내각제개헌 추진여부도 중요변수중 하나이다. 김영삼 민자당대표가 내각제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내각제개헌의 관건은 김신민총재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내각제 추진문제는 김총재의 세 약화 및 위상저하와 깊은 함수관계에 있다고 볼수있다.
김총재가 대권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 있는한 내각제에 완강한 태도를 취할것이고 그렇지않으면 신축성을 보일것이라는게 정가의 정설로 돼있다.
그런가하면 김영삼 민자당대표의 여권내 입지가 김총재의 대권가도에 영향을 줄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세대교체론과 물갈이론 등의 파고가 두사람에게 공동으로 미칠것이고 「동반과 협력」이라는 숙명적 관계때문에 두 김씨가 정치적 부심에서 공동운명체가 될것이라는 얘기들이다.
▷이기택 도전◁
김신민총재를 논외로 할 경우 가장 강력한 야권의 대권주자는 이기택 민주당총재로 봐야한다. 그리고 이총재 주변에서 그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가 정면대결을 할 경우 제3의 대안이 될것이며 야권의 경우에 있어서도 반김대중정세의 구심점이 될수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이총재의 출마는 야권통합이 되지않았을 경우를 전제로 하고있다. 이총재가 야권통합의 상황에서 출마할수 있는길은 김신민총재를 어떤방법으로든지 제치는 길밖에 없다.
이총재는 『김신민총재가 범야권의 지도일선에 나서는 야권통합은 있을수 없다』며 김신민총재의 2선 후퇴를 거듭요구하고 있다.
이총재는 지난해 민주당 창당시만해도 자신의 대권도전문제에 대해 『턱없는 소리』라고 이를 일축했으나 최근들어서는 『두 김씨가 다시 싸운다면 누군가가 나서야 하는것 아니냐』고 말해 상당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이총재가 「판단」 자체를 14대 이후로 유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명실상부한 도전을 하자면 민주당을 최소한 제3당으로 착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총재가 이번 광역의회선거에서 1백50명,14대 총선에서 30명 이상 당선을 기필코 이루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차세대 그룹◁
「김대중이후」 또는 곧바로 「김대중자리」를 노리는 야권의 차세대지도자군은 퍽 다양하다. 김총재가 20여년 가까이 야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고 후계자를 기르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아 뚜렷한 후계그룹이 형성되지 않았다는게 다양한 이유중의 하나가 된다.
○…먼저 신민당을 보면 김총재가 행사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감안해야 하지만 조윤형 김원기 조세형 정대철의원과 김상현 전 의원을 선두주자로 꼽을 수 있고 젊은층의 후발주자로는 유준상 한광옥 박실 이협의원 등을 들수 있다.
김총재는 지난여름 한 공식석상에서 후계자문제가 나왔을때 『후계자는 키워지는게 아니라 스스로 크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당내외에서 2∼3명의 성장을 눈여겨 보고있다』고 말한바 있다.
선두그룹의 조윤형의원은 유석 조병옥박사의 2남으로,정대철의원은 정일형박사의 외아들로 각각 정통야당의 적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두 의원은 당내의 통합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김총재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정의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47)에 서울출신이라는 점과 경기고·서울법대를 졸업한 학력 등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좀더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조직관리에 나선다면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리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조윤형·정의원이 때로는 김총재와 긴장관계를 감내하는데 반해 김·조세형의원은 김총재와의 절대 원만한 관계아래 조용히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경우.
김의원은 모나지않는 원만한 성격과 합리적 처신이,조세형의원은 탄탄한 논리와 사물을 보는 종합적 분석력이 돋보인다.
그런가하면 김상현 전 의원은 한때 김총재의 분신으로까지 불렸다가 지난 87년 대통령선거때 구민주당의 김영삼총재 진영에 합류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극복하기에 고심하고 있는중이다.
후발그룹중에서 유의원은 행동력이,한의원은 성실성이,박의원은 지적능력이 각각 특장으로 꼽힌다.
물론 재선 또는 3선 의원인 이들을 차세대지도자 반열에 넣기는 어렵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지않나 싶다. 초선인 이의원의 경우는 텁텁한 인품과 포용력으로 젊은 의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민주당은 이총재와 함께 박찬종·김현규 부총재와 홍사덕 전 의원 등 당내 중견그룹과,이철·노무현·김광일의원 등 「소장 3인방」,여기에다 민주연합쪽의 리더인 이부영·고영구 부총재가 또다른 한 각을 이루며 자신들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
박·김부총재와 홍전의원이 민주당조직의 일부를 이총재와 공유하면서 당권향배의 주요변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이·노·김 3의원은 일단 이총재를 아래로부터 보필하면서 꾸준하게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반면 이·고부총재는 이총재의 당권을 인정한뒤 재야출신이란 「신선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진보그룹의 리더역을 자임하며 「보·혁동거」를 통한 자리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박부총재는 화려한 경력과 논리정연한 대중연설로 중산층 등에 뚜렷한 기반을 갖고 있다. 스스로 「민선 서울시장→대권주자」의 스케줄을 확고하게 잡고있다. 홍부총재 역시 박부총재와 거의 비슷한 지지기반과 계획을 갖고있는 사람. 산뜻한 외모와 부드러운 좌담진행으로 여성쪽 지지기반이 넓은 편. 13대 등원에 실패한후로 침묵하고 있으나 14대에 재기할 경우 야권의 「리더」에 적극 도전을 지금부터 채비중.
김부총재의 경우 아직까지는 그룹의 조용한 좌장으로 머물러 있는 상태. 그러나 야당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은 당내에서 유일하게 이총재와 겨룰만하다.
지난번 이총재가 통합실패에 책임을 지고 총재직을 물러났을때 총재직을 대행하면서 무리없는 당운영을 해 이총재측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
이·노·김의원 등 이른바 「스타 3인방」은 이의원의 치밀함,노의원의 열정,김의원의 합리성 등이 바탕이 돼 정치인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항상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그러나 짧은 정치경륜과 다소 튀는듯한 행동 등이 극복해야할 과제중의 하나이다.
이·고부총재는 도덕적 정치인의 상징인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은 아직 미지수. 다만 이부총재의 경우 합리주의적 온건재야의 대표로서 젊은 진보그룹의 대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민중당 창당을 통해 제도권에 진입한 혁신계도 야권서 그 세를 키워가고 있는 그룹중 하나. 민중당의 이우재 상임대표 장기표 정책위원장과 현재 수감중인 김근태씨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대표는 반독재 연합론자이지만 현실적 선택으로 민중당을 이끌고 있다.
장위원장은 그의 탁월한 이론으로,김씨는 재야에선 본기드문 폭넓은 포용력으로 70·80년대 학생운동을 「정치력화」해왔으며 제도정치권이 무시할수 없는 일각을 뚜렷이 대표하고 있다.<정병진·신효섭기자>정병진·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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