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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문제 전향적 합의 큰 의미/고르비 방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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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문제 전향적 합의 큰 의미/고르비 방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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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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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등 상징성 넘는 구체성과/북한에 국제현실 인식시켜 개방 촉진 가능성/미국 축 안보균형영향 등 반사적 손실 우려도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제주도 회담은 그 내용보다는 상징성이 크게 부각되는 정상회담인것 같다. 회담의 결과는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선언을 만들어낸 모스크바 회담의 범주를 대체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소련 최고지도자의 한반도 최초 방문이며 아직도 대립과 불신의 냉전상태에 놓여 있는 분단 한국의 반대편,북한의 맹방국 대통령의 답방이 이뤄졌다는 것은 획기적인 정치·외교 행사라고 평가할만하다.

더구나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관계와 대국제관계에서 우리의 가장 큰 과제인 유엔가입 문제가 무난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 유엔가입을 포함,한반도 문제에 대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예상보다 앞선 전향적 입장 표명은 자칫 제주회담의 상장성에 가려질 수 있으나 이는 결코 간과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성과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안한 한소우호 협력 조약 체결 문제이다. 노대통령은 이를 수락,일단 외무장관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토록 했는데 이는 뜻밖의 획기적 제안인데다 기존 우방과의 미묘한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안한 한소 우호협력 조약체결은 소련이 우리와 오랜기간 적대국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한반도 냉전상태의 사실상 와해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제의는 소련이 아·태지역 적극 개입을 위해 한국을 교두보로서 확보하려는 계산된 속셈일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이 조약체결 문제를 놓고 장기간 국내외적으로 신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회담의 긍적적인 평가는 첫째 새로운 아태시대로 가는 변화의 시발이 한국을 포함한 극동에서 태동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아태지역은 지금 질서재편을 향해 역동적으로 움직여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중심권에 바짝 접근해 갔다고 볼 수 있다.

세계질서 재편을 주도했던 소련과 미국이 이곳에 대한 관심을 가속해가고 있다.

둘째로는 한반도 냉전상황의 당사국인 북한에 대해 충격적인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점이다. 제주회담은 김일성 북한 주석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에 국제정세의 현실을 깨우치게 할 것이며 결국 북한의 개방과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을 빠른 속도로 촉진시킬 것이다.

소련은 북한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갖고 있다.북한의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갖고있다. 북한의 군사·경제면에서의 대소의존도는 엄청나게 높다.

따라서 북한은 유엔가입 문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 수용문제 등에서 서서히 정책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는 한소양국이 비로소 「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게됐다는 점이다. 양국은 경제적으로 어쩌면 숙명적이라고 할 만큼 상호 보완성을 지니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만찬답사에서 『역사의 흐름을 촉진하고 이를 세계에 뚜렷이 과시하게될 것』이라고 제주도 회담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노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번 답방은 그가 강조한대로 양국이 진정한 협력관계에 돌입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제주회담에 대해 여러 조심스런 시각이 대두되고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우선 우리의 안보균형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안보는 전통적으로 미국을 기본축으로 하고 있다. 동북아의 전략적 중심위치에 있는 한국은 미·소·중 강대국의 군사적 완충지로서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보호」 되어왔다.

한국의 대소밀착은 본의와 다르게 이같은 안보의 균형을 깨뜨리고 안보전략적 손실을 보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미·일 등 기존 경제협력·지원국과의 관계에서도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제의한 아시아·태평양 집단안보체 구상이나 동북아 경제협력체라할 수 있는 이른바 「동해구상」은 장기적으로 볼때 노대통령의 완곡한 거부로 일단락될 사안의 문제는 아니다. 단독회담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는 미국 등 기존우방국의 심기를 편지않게 할 대목이다. 물론 노대통령은 이와 같은 문제 등에서 확고하게 종전의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우리의 자주적인 전방위 외교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이 필요이상으로 소련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소련을 성급히 이해하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소양국 관계는 제주도 회담을 계기로 가속적으로 발전돼 갈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정상이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는 상당부분의 합의와 인식 일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공개된 「합의」는 양국 관계에서 장·단기적 시차를 두고 한반도 주변정세에 여러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제주=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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