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때의 이름난 지방장관이었던 여신오는 그의 저서 「신음어」에서 장관의 등급을 다음과 같이 여섯으로 나누었다.▲사람됨이 크고 신념이 깊으며 세상일을 앞까지 내다봐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고 인간이 공기나 햇볕이 없으면 살지 못하면서도 평소 어느 누구도 그 은혜를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국민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헤아릴 수 없는 행복을 안겨주면서도 조금도 그런티를 내지않는 장관이 있으면 바로 1등급이다.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고 의견도 기탄없이 개진하며 자기집처럼 나라를 사랑하고 몸의 병처럼 나라일을 걱정하는 진지함이 넘쳐 흐르면서도 주머니속의 못처럼 어쩔수없이 머리를 내밀어 공과를 서로 상쇄시키는 장관은 2등급이다.
▲무사안일주의로 모든 일을 돌아가는 대로나 종래의 인습에 따르고 별로 좋은 일도,또 남을 해치는 일도 하지 못하는 장관은 3등급이다.
▲오직 사람들의 눈치나 몸의 안전만 살피고 국가의 안위 등은 실제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장관은 4등급이다.
▲쓸데없이 공명심이나 권력욕이 강하고 사람과 대립상태를 조성하며 국가에 해를 끼치는 장관은 5등급이다.
▲지위를 이용해서 부정을 하고 좋은 사람을 배척하고 국민을 괴롭히며 국가에 해를 끼쳐 신망을 잃는 장관은 6등급이다.
장관의 성격도 다르고 시대도 달라 고리타분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점이 대부분이다. 공인의 책임·윤리·철학 등 구석구석을 잘짚어 마음에 와닿는다. 지구촌시대인 오늘에 이르러 하나 보충하라면 국제감각을 곁들이고 싶다.
국방부장관의 북한의 핵에 대한 발언이 뒷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발언은 바로 취소됐지만 국내외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그의 발언은 국방장관으로서 당연한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로서 국가의 안전을 위협당하고 있는것을 보고만 있을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것이 그의 임무라고 할 것이다. 대책의 내용이 문제지만.
아쉬운 점은 이를 입에 올린때다. 현재 동서양진영은 고르바초프 등장이후 화해무드에 젖어있다. 동구가 해방되고 소련조차도 민주화와 개혁의 진통을 겪고있는 가운데 고르바초프의 방한·방일이 눈앞에 와있는 때였다. 소련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한반도를 찾은 그의 방한은 한반도안보뿐만 아니라 올가을 UN가입과 현재 질척거리고 있는 남북대화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같은 시기에 자칫 화해무드와 국가의 외교목표에 영향을 줄지도 모를 발언은 보다 신중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현재 전 국무총리는 한국일보 15일자 3면의 「월요석」에서 『한 나라를 이끌만한 지도자 특히 정치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의 덕목은 공인의 의식이다. 어느시간·어느장소에서든지 일치된 언행과 철학을 견지,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빼고 보탤것이 없는 명쾌한 지도자론이다. 장관과 같은 공인은 훌륭한 견식·언행일치의 신념과 철학을 지녀야 한다는 여신오의 지적에 덧붙여 국제감각을 지녀야 오늘의 지구촌의 시대에 걸맞는 장관이 될 수 있을 것같다. 우리네 장관들도 한번쯤 여신오의 분류기준과 이전총리의 지도자론에 자신을 비추어 스스로의 등급을 알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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