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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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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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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월 다가고 3월이라네,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네」 옛 동요는 이렇게 춘신을 반겼다. 이 가사에 나오는 춘삼월은 음력일테니 우리네 봄은 이맘때 부터 본격적으로 피어나는가 보다. 4월의 하순을 접어드는 동안 겨울인지 봄인지 갑자기 여름이왔는지 헷갈리게 일기가 변덕을 부렸다. 그러더니 남녘엔 폭우까지 뿌렸다. ◆4월의 날씨를 닮았음인가,해마다 이달을 뒤숭숭하게 보내더니 올해도 예외가 이닌가 싶다. 한동안 잠잠하게 넘어가던 대학이 또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소형영화 한편을 놓고 대학생과 경찰이 돌린다,못 돌린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시위와 최루탄으로 매운 맛을 보였다. 서총련 발대식이 요란스럽고 「군사투쟁」이라는 섬뜩한 용어까지 등장한다. ◆임금투쟁의 계절을 맞는 노동계의 풍향도 정중동의 상태여서 예측이 어렵다. 권익투쟁과 정치투쟁이 얽혀 어떻게 풀려 갈는지를 아무도 속단하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양상은 노·사·정 모두가 강경일색으로 부딪치면 큰소리가 날것만 같다. 손 꼽히는 어느 자동차회사의 한 공장은 사업장을 폐쇄하고 무기휴업에 들어갔다. 노조의 파업을 미리 차단한 것이라고 한다. 생산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엄청나고 이 파문이 어떻게 매듭지어질까 염려가 앞선다. ◆춘신은 화사한 화신만을 동반하지 않는다. 새로운 한해의 산고가 따른다고 생각하면 봄의 투쟁을 어둡게만 볼일은 아닐 것이다. 건강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시련은 마땅히 견뎌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산고가 너무 지나치면 후유증이 그만큼 크다. 얻는것보다 잃는것이 더 많은 싸움은 허망할 따름이다. 그래서 투쟁이 아닌 대화를 권고한다. ◆폭발하는 4월의 정열을 이제 이성으로 조률할때가 되었다. 봄이오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강남 제비는 우리에게 온화함을 안겨준다. 두터운 겨울옷을 우리는 웃으며 벗을수는 없는 것일까. 춘래불이춘같은 잔인한 4월은 그만 막을 내렸으며 좋겠다. 4·19 아침에 떠올린 희망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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