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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터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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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터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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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오늘(19일) 한국에 온다. 일본에서 고르비 붐을 일으키고 귀국 길에 잠시 제주에 들르는 형식의 방문이지만 그래도 방한은 방한이다. 그래서 손님을 맞는 주인으로서 우리 국민은 우선 그를 환영한다. 동시에 한·소 양국을 위해 성과있는 정상회담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이처럼 환영과 기대 속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맞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섭섭함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의 방한이 발표되던날부터 일기 시작했던 섭섭함이었는데 그를 맞는 이 순간 까지도 가시지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국가원수의 외국 방문 치고는 격식과 모양이 너무 소홀하고 빈약하기 때문이다.

일본 방문에 3박4일을 보낸 그가 한국 방문에는 겨우 3∼4시간을 할애 했다는것 자체가 불만스럽고 방문지도 서울이 아닌 제주도인데다 시간 마저 밤에 왔다 밤에 간다니 더욱 섭섭한 마음이 들지않을수 없다.

작년 6월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첫 한·소 정상회담시에도 소련측은 한국에 대해 의전상의 섭섭함을 안겨주었다. 열 몇시간을 날아간 노태우대통령을 회담장에서 1시간씩이나 기다리게 했던 일이나 고작 1시간 회담에 일방적이고 무례한 경호조치 등이 회담 자체가 주는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찜찜한 뒷맛으로 오래 남았던 것이다. 그때는 첫 정상회담이어서 북한에 주는 충격을 완화 하기위해 그런 제스처를 썼다고 이해할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국교가 수립된지도 오래이고 작년 12월에는 노대통령이 4일간이나 소련을 공식방문하지 않았는가. 이제와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하루 이틀을 묵고 간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것이며 서울 한복판에서 카퍼레이드를 한들 누가 놀라서 나자빠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소련의 국가원수가 평양을 다녀간 일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러면 북한의 다른지역은 방문한적이 있단 말인가. 손님을 맞는 주인으로서 겉으로 말은 못해도 대국답지 않은 궁색한 변명이고 인색한 태도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이런식의 어색한 방한은 소련 국가원수가 한국에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는 효과와 중요성을 반감시키는 동시에 가까운 장래에 있을 공식방한의 효과도 반감시키게 될것이다.

말은 하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이런 섭섭한 감정을 간파한듯 공노명 소대사는 이를 달래느라 여러가지 얘기를 했다. 즉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번 제주도 방문은 작년 노대통령의 방소에 대한 답방이 아니며 그의 공식방문은 따로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대사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한국 공식방문시에는 북한방문도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시사를 하고있어 위안과 흥미를 동시에 안겨준다.

공대사의 시사대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말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하고 그 방문이 판문점을 통해 이뤄지기라도 한다면 그는 동서독을 통일한 주역의 하나로서뿐 아니라 남북한을 관통하는 최초의 터널을 뚫은 장본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 일을 성사시킬 적임자는 현재 고르비뿐이다. 그러나 그로서도 북한을 설득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늘밤 제주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핵사찰 수용과 유엔 동시가입을 촉구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러한 결의를 다짐한다면 한국민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6·25와 KAL기 격추사건에 대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을 통해 사과 사죄한다면 그의 제주방문에 대해 가졌던 한국민의 섭섭한 감정을 씻어줄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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