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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위로부터 민주화 한계 노출/사상최대 4·17시위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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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위로부터 민주화 한계 노출/사상최대 4·17시위 안팎

입력
199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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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 협력고리 붕괴/국민당 강경대응 소지/민진당 합법투쟁 선회로 타협 가능성【홍콩=유주석특파원】 대만 제1야당 민진당이 주도한 「4·17 가두항쟁」으로 지난 4년간 집권국민당이 추진해온 위로부터의 민주화 개혁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83년 장경국 전 총통의 사망과 함께 계엄령해제,야당인정 및 정당제도입,개헌 추진으로 이어져온 대만의 정치개혁은 작년 7월 각계 대표로 구성된 이른바 국시회의를 통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범한 민의를 수렴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일 국민당이 기존의 국민대회(국대) 임시회의를 소집,1단계 개헌작업 강행에 착수하면서 민진당은 명목뿐의 정당정치를 팽개치고 급기야 가두로 뛰쳐나갔다.

민진당은 지난 1주일간 국대와 입법원에서 폭력사태를 빚어오면서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으나 국민당으로부터 아무런 양보도 얻어내지 못했다.

민진당이 의회내 폭력에 이어 의회를 보이콧하고 가두항쟁이라는,보다 공개적인 대결로 전략을 바꾼것은 지난 몇달동안 보여온 집권국민당과의 취약한 협력관계가 붕괴됐음을 뜻한다.

국민당이 계획하고 있는 헌법 개정작업은 적어도 1단계 개헌에 있어서는 협상과 타협의 여지가 없는,일방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민진당은 뒤늦게 깨닫고 있다.

이등휘총통은 지난 16일 가두 폭력시위를 경고하는 전례드문 TV 연설을 통해 『헌법개정이 혁명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이총통은 다만 『내년에 새로 선출,구성되는 국대에서는 민진당이 제기하는 보다 광범한 문제들을 다룰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국민당은 지난 47년 중국대륙 시절에 구성된 기존 국민대회를 근간으로삼아 두차례의 단계적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헌정 개혁절차를 마련해놓고 있다.

먼저 기존(제1대) 국대에서의 1단계 개헌을 통해 제2대 국대구성의 근거를 마련하고 대신 총통의 긴급조치권과 함께 국가안전국,국가통일위의 존속 등 국민당 계속집권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생각이다.

1단계 개헌에서는 대륙 공산정권과의 전쟁상태를 선포한 동원감란시기에 관한 임시조관을 폐지할 계획.

그러나 1단계 개헌안은 제1대 국대의 종신대표(자심대표)를 야당 주장대로 완전 퇴진시키는 대신 제2대 국대에 「전국불분구」 대표의 이름으로 정당비례에 따라 그 일부를 재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대해 야당인 민진당은 4·17 가두항쟁을 통해 전면적인 개헌,또는 새로운 헌법제정을 주장하고 이를 위해 총선을 통한 「헌정개조위원회」를 구성,6개월내에 헌법개정(제정)안을 마련,국민투표에 불일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총통도 직선제로 할것과 기존의 국대,입법원,감찰원 등 3개로 나뉘어진 의회를 단일의회로 통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민진당의 이같은 주장은 진정한 민주화라는 대전제에 비춰 옳은것이고 따라서 교수,대학생 등 지식층을 비롯 대만 국내에서 상당한 원칙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회내 폭력소동과 가투를 통해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끄는데는 일단 성공했으면서도 민진당의 요구가 대만국내 현실에서 역시 대세를 좌우할 만한 큰 흐름은 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은 지난 몇년동안 위로부터의 「민주화개혁」을 추진해 오면서도 정치범의 가혹한 처벌,시위 등에 대한 경찰의 강경대응,언론통제의 강화는 여전히 계속돼 왔으며 이에따라 야당운동도 급진과격세력이 주도하는 강경화로 줄달음쳐 오고있다.

지난 12일 입법원에서 벌어진 민진당 의원의 의장폭행과 이에따른 난투극이 있은 뒤 야당 지지자들조차도 민진당의 「무모한 폭력행위」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는것이 대만의 현실이다.

엄격한 통제가 계속되고 있는만큼 현지언론의 대부분 논조가 집권국민당의 뜻을 반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반국민,특히 두터운 중산층 사이에서 민진당을 불안한 시각으로 보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4·17 가두항쟁을 민진당내에서 처음 제의,관철시킨 것은 당내 급진세력인 「신조류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황신개주석을 비롯한 민진당 지도부는 의회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현재 자당의 정치역량으로는 국민당의 일방적 개헌작업에 아무런 제동역할도 할수없다는 판단때문에 급진세력에 밀려 가두항쟁이라는 막다른 수단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민진당의 이같은 새로운 전술이 국민당과의 완전한 의사소통의 단절을 가져올 경우 그것은 국민당내 보수세력,특히 학백촌 행정원장의 초강경 대응을 부를 빌미가될 소지가 있다.

민진당 지도부는 대만의 현실에 비추어 혁명적인 민주화 개혁보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합법적 절차와 선거 등을 통해 정치적 힘을 더 늘려가며 집권당과 타협해 나가는 차선책을 취할수 밖에 없으리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더욱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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