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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상속세 “면세” 싸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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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상속세 “면세” 싸고 논란

입력
199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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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재산에 과세 “어불성설”/아내의 가사노동 공헌도 인정해야/찬성/현 5억선까지 공제… 부자만 혜택/「부부별산제」 법논리 어긋나/반대○…배우자에 대한 상속세를 물리는게 온당한지 아니면 아예 면세하는게 상식에 합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나웅배 민자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7일 당정회의에서 『혼인후 25년이 경과한 배우자에 대해 상속세를 전액면제토록 상속세법을 개정하겠다』고 발언한데서 비롯된다.

여성계와 일부 학계에서는 『당연히 면세』라며 즉각 환영의사를 밝혔으나 재무부·국세청 등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납세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라는 부정적인 입장과 『그릇된 현실은 지금이라도 고쳐나가야 된다』는 신중론으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문제의 상속세법은 현재 배우자공제는 결혼연수에 6백만원을 곱한 금액과 1억원을 더한 것으로 돼있다.

결혼한지 25년된 배우자는 2억5천만원을 공제받는 것이다. 지난해말까지는 연수에 상관없이 4천만원만 공제받았으나 세법개정으로 올해부터 대폭 공제폭이 늘었다.

나의장의 발언은 이 배우자 공제와는 상관없이 배우자가 받는 상속재산에 대해선 무조건 면세해주겠다는 취지이다.

여기서 장남이나 차남 등 배우자외에 상속받은 사람이 더있으면 배우자만 면세되고 나머지 피상속인들은 상속세를 내야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배우자면세가 시행된다면 세액면제 가액면제 두가지가 가능하다. 세액면제는 내야될 총상속세액중 배우자 몫은 물리지않고 나머지 피상속인(장남 등) 해당분만 물리는 것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가액면제는 상속재산가액(총액)중 배우자 몫은 아예 제외하고 나머지 가족들의 상속재산만 가지고 과표를 계산,세액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배우자 면세의 이론적 근거는 ▲공동재산론 ▲동일세대론 ▲생계보장론 등 크게 3가지다.

공동재산론은 배우자면세의 가장 주요한 논리적 준거틀을 제공하고 있는데 역으로 현행 실정법 체계나 현실상의 상식과 배치되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공동재산론은 간단히 말해 상속재산이 남편이나 부인 누구의 명의로 돼있든간에 함께 일해 벌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부부생존시에는 서로 반씩의 소유권이 있고 한쪽이 죽으면 당연히 전체가 자신의 몫이 되는 것이므로 자기재산을 찾아가는 행위에 세금을 물려서는 안된다는 논리이다.

아내의 가사노동으로 남편의 노동력이 재생산되고 남편의 이름으로 축적된 부는 남편만의 노동결과가 아니고 아내의 가사노동까지 합친 복합노동의 결과라는 취지이다.

이때 가사노동은 요리·육아 등 모든 가정생활을 의미하므로 현재 월 30만원을 넘는 파출부 임금을 보면 꽤 비중있는 것임에는 틀림없고 따라서 남편명의 재산이라도 공동·협력해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민법·세법은 부부공동제를 인정하지 않고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의 명의자가 곧 소유주라는 개념이다. 따라서 공동으로 벌었으며 공동명의로 등기하든지 아니면 아내이름으로 등기하면 상속세를 물지 않을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법률상 상속에만 별산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이다. 또 맞벌이 부부를 제외하면 과연 아내의 몫이 반이나 되는가 하는 의문도 따른다. 현행 세법은 배우자공제를 포함,5억원 정도까지는 공제해주므로 대부분의 중산층은 배우자는 물론 자녀들도 상속세를 물지않고 있다.

지난 89년 상속세를 낸 사람은 1천7백명에 불과한게 이를 입증하는데 여기에 배우자 면세까지 하면 고액자산계층만 득을 볼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일세대론은 상속세는 「부의 세대간 무상이전」에만 과세하므로 부부는 같은 세대이니 과세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이다.

현재는 남편이 죽으면 배우자도 상속세를 낸뒤 다시 생존배우자가 죽으면 또 상속세를 내므로 이중과세가 된다.

기본생활 보장론은 미망배우자에 대해 유일한 부양인인 남편의 사망에 대한 보상으로 여생 생활보장을 해줘야 된다는 것.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아버지가 사망하면 자녀들이 어머니를 모시므로 설득력이 낮다. 또 동일세대론은 현행 제도도 부부가 10년안에 함께 사망하면 단기상속공제를 해주고 있어 이중과세는 사실상 이뤄지지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배우자면세를 하면 상속을 모두 배우자에게 하고 10년(조세시효) 후에는 과세할 수 없게되므로 그렇지 않아도 구멍투성이인 상속세법에 「탈세」의 큰 구멍이 하나더 생기게 될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면세는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현행제도가 실질적인 배우자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하더라도 배우자의 공동노력은 인정해줘야 할듯하다.

미·일·영 등 선진국도 오래전부터 2분의 1 세액공제를 해오다가 80년대 들어 전액면제로 개정한바 있다.

다만 고액자산계층의 탈세수단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일정한도(예 10억원)까지만 면세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자면세란 이처럼 현행 각법률체계 및 생활양식 등 현실적인 사회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추진돼야 하는데도 정치인이 정부측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마치 당정합의 사항인냥 불쑥 발표한 것은 광역선거를 앞두고 여성표를 겨냥한 선심공약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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