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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정상회담후 남북중대변화”/김학준 대통령 정책조사보좌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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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정상회담후 남북중대변화”/김학준 대통령 정책조사보좌관 기고

입력
199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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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방 촉진… 중국도 「조정자」로 결국 동참/「집단안보」는 대미우호에 영향… 시기상조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 사이의 역사적인 제3차 한소 정상회담이 오는 19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제1차 정상회담은 미국에서,그리고 제2차 정상회담은 소련에서 열렸었는데,이제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제3차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 제정러시아와 소비예트 러시아를 통틀어 러시아 최고권력자가 한반도에 처음 발을 디디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번의 정상회담은 확실히 역사적이라 아니할수 없다.

제3차 한소 정상회담을 우선 국제정치의 큰 틀에서 보면 그것은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출현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에 우리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고르바초프체제의 등장이후 이 지역에서는 중소관계의 정상화라는 매우 중요한 정세호전을 계기로 지난시대의 유산인 냉전질서의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방일중인 고르바초프의 일본수뇌들과의 회담은 그러한 추세를 뒷받침할 것인데,이제 한소 정상회담이 뒤따름으로써 탈냉전의 추세,그리고 화해와 협력분위기의 확산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와 관련하여 두 정상은 지난해 12월 자신들이 서명한 모스크바선언의 정신과 원칙을 다시 확인할 것이다. 그것은 이 지역서 하루빨리 냉전구조를 청산하고 평화구조를 정립시켜 이 지역사람 모두에게 안정과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맛보게 하며,한반도에서 평화통일의 과정을 촉진시키자는 뜻이다.

이어 고르바초프는 전아시아 안보회의의 소집을 통한 아시아 집단안보기구의 창설을 제의해온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틀안에서 이 지역 전반에 걸친 군축과 핵철거를 다시 강조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우리의 입장에서 볼때 고르바초프의 구상은 현실적으로 쉽게 실현키 어려운,말하자면 시기상조의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질성이 높고 이해관계가 달라 자신들의 안전과 생존이 걸려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를 놓고 합의를 이룩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의 구상은 또 이 지역과 미국사이의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안고 있다. 소련도 중요하지만 미국은 더욱 중요하며,따라서 미국과의 급격한 관계변화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할 때,고르바초프의 구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분명해진다.

이제까지 제3차 한소 정상회담을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라는 큰 틀 안에서 살폈거니와 이어 두 나라 사이의 쌍무관계라는 맥락에서 살피기로 한다.

새삼 강조할 필요없이 그것은 국교수립 이후 6개월반정도 지난 신혼의 두 나라관계가 우호와 협력의 건강한 남아의 출산을 준비하는 실질적인 발전단계가 될것이다.

무엇보다 경제협력의 구체적 방안들이 깊이있게 협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현재로 두나라 사이의 무역규모는 10억달러에 육박했고 우리는 1억5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소련은 통상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협력자로 자리를 굳혔다.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인데,그러한 틀안에서 합작투자의 확대를 포함하는 실질적 경제협력의 진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마련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3차 한소 정상회담이 남북한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키로 한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이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성실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뜻에서 앞으로 남북을 오가는 「동시방문 외교」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는데,제3차 한소 정상회담은 이 문제를 깊숙히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분단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통일주체인 우리겨레가 1차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지만,주변 열강의 조정 노력에 대해서도 소홀히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볼 때 이미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미국에 더하여 소련이 뒤늦게나마 그 대열에 동참한다는 것은,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의 동참마저 유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남북한 관계의 개선을 위한 국제환경의 호전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게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국제적 추세에 대해 특히 고르바초프 노력에 대해 북한은 얼마동안 저항적인 반응을 보일것이다. 북한은 고르바초프의 한반도 외교가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불가피하게 요청할 것임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결국 그 길에 들어설 것이며,그리하여 남북한 관계는 그렇게 멀지 않은 장래에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것이다. 여기에 그 산파로서의 제3차 한소 정상회담의,그리고 이 회담에 따라 앞으로 열릴 제4차 정상회담의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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