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섬 적신호로 경협도 차질/「46년 불화」 청산엔 역사적 의의일본과 소련은 과연 냉전시대의 종결에 걸맞는 새로운 우호관계를 맺을수 있을 것인가.
2차대전후 46년동안 「북극곰」을 가상 적국 제1호로 여겨온 일본이 이런 기대를 품게된 것은 시대의 변천을 말해주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일본인들은 소련의 국가원수가 처음으로 일본을 찾아온 사실이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크게 격상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영토문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현안문제들이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해결되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오래도록 기다려온 「귀한손님」을 맞이한 16일 일본정가의 분위기는 『별로 기대할것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것은 일본 국민들이 목이 터지도록 외쳐온 북방 4개 도서 반환요구에 반가운 대답이 없으리라는 소식때문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일본방문 직전인 15일 하바로프스크에서 일본인 묘지에 참배한뒤 시민들과 만난자리에서 『4개 도서를 일본에 팔 생각이냐』는 질문에 『영토를 거래대상으로 삼지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16일 동경의 주식시장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북방영토문제가 해결되면 양국간에 경제협력이 활발해질 것이고,이에따라 주식값은 폭등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식값이 평일과 별다름 없다는 것을 「고르비열풍」이 삽시간에 냉각됐음을 반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고르바초프 방일은 ▲북방영토 ▲아시아·태평양정책 ▲경제협력 ▲시베리아억류 일본군문제 ▲국제정세 ▲페레스트로이카의 앞날 등 6가지 현안에 초점이 맞추어져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은 물론 구미각국들도 고르비가이후(해부) 회담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중 북방영토 반환문제는 일본이,경제협력 문제는 소련이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다.
▷북방영토◁
홋카이도(북해도)의 시레도코(지상) 반도와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사이의 오호츠크해에 징검다리처럼 여러개의 섬들이 떠있다. 이 섬들을 일본에서는 지시마(천도) 열도라고 부르는데,이중 홋카이도에 가까운 구나시리(국후) 에토로후(택착) 시코탄(색단) 하보마이(치무) 등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는 전후 일소 외교의 최대 현안이었다.
1956년 일본과 소련의 국교가 재개되면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 소련은 4개 섬중 시코탄 하보마이 두섬을 돌려주기로 약속했으나,반환시키는 양국간에 평화조약이 체결된 이후로 못박아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조약체결을 서두르고 싶지만 소련은 영토문제에 관한한 갈수록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경제협력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했던 고르바초프대통령이 국내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기시작한 때문이다. KGB와 군부를 중심으로한 보수파 세력들이 『영토를 팔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파의 기수 옐친 러시아공화국 의장도 최근 파리에서의 회견에서 『관할지인 러시아공화국과의 협의없이 영토문제를 해결할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한 반대입장을 표했다.
더구나 고르바초프가 정치생명을 걸고 성립시키려는 「신연방조약」에는 국경선 조정은 반드시 관할공화국의 동의를 얻도록 명문화 돼있어 이래저래 북방 4개 도서문제에 대한 고르바초프의 재량권 행사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경협문제◁
일본정부의 대소정책은 정경불가분이다. 영토(정치)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협문제의 해결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4개 도서 일괄반환을 「국론」으로 밀어부치고 있지만 「2개 섬 우선반환·2개 섬 반환협의개시」라는 단계적 반환도 괜찮다는 현실노선을 택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2백억달러가 훨씬 넘는 규모의 경제원조와 투자융자 등 일련의 경제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2개 도서 반환의 약속이라도 얻어낸다면 당장 5억달러를 제공할수 있다는 것이 관계장관들의 공언이다.
그러나 영토문제에 듣기좋은 대답을 해줄 처지가 아닌 소련은 영토와 경협을 한보따리로 해결하려는 일본의 정경불가분론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날로 위중해지는 경제에 응급처방이라도 하려면 일본의 엔화가 꼭 필요한데 섬을 돌려주지 않으면 돈도 꾸어줄수 없다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나라는 「정부간 협의에 관한 문서」 등 15가지의 협정과 문서를 조인하게 된다. 소련 국가원수가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방문했다는 역사적 의의와 함께 정치·경제·문화·기술면에서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명문화할 이 문서들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수없을만큼 중요하다할 것이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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