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 데탕트 한반도 통일 기여”/비핵화 부상… 안보 위기·통일 호기 맞아/동북아 시장공동체 형성 북 개방 전환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일한방문은 동북아지역에서의 냉전시대 청산과 신질서 구축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연구활동 중인 본사 통일문제 연구소 연구위원인 이원명 박사는 고르바초프의 양국 순방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특별기고를 보내왔다.【편집자주】
16일부터 시작되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일본방문,곧이어 19일 한소 양국수뇌의 제주도 회동은 동북아에 새바람과 함께 국제 정치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으는 이러한 동북아 국제정치의 극적인 「사변」이 「군축을 통한 경제협력」 이라는 새 논리에 입각하여 이데올로기와 체제의 장벽을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사를 창조하겠다는 평화 의지를 밝힌 부시·고르바초프 지중해 몰타선언의 정신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는 것은 조금도 의심이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있어서 우리 한국인이 예의 주시해야 할 점은 제2차대전의 유산을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지향하는 일소 데탕트가 급진전될 경우 이것이 분단된 한반도의 재통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소양국이 향후 평화조약을 체결,국교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분단된 한반도의 군사·안보전략적 지위에 대한 양국간의 이견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중심점에 자리잡고 있으며 주변 강대국들 사이의 완충지역이 되고 있는 한반도에 대해 일소양국이 다같이 사활적인 안보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군축을 통한 경제협력」논리에 입각하여 북한의 머리를 뛰어넘어 남한의 한국 정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곧 이어 일본과 평화조약의 체결을 서두르는 것도 안보전략적 차원에서 보면 냉전적 대소봉쇄 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노리는 전략적 의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의 진의는 안보전략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후 냉전체제를 평화공존적 협력체제로 고향시키겠다는 이상에 있을 것이다.
주지하듯이 소련 극동 전략의 핵심은 완충지역인 한반도의 군사적 중립화에 있으며 소련은 그 전술 목표로서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론을 제시하고 있다. 소련의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은 냉전적 견지에서 볼때 동북아 지역으로부터 오랜 미국영향력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전술적 의도에서 나왔다고 평가될 수 있으나 평화공존적 관점에서 볼때는 이와 전혀 다르게 평가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고르바초프의 신사고에 입각해서 보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는 전후 동북아시아의 적대적 냉전체제를 타파하기위한 전제 조건이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평화공존 체제를 창설하기위한 초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억지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미국 극동전략이 질적으로 변화하지 않는한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은 여전히 하나의 대안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다. 물론 일소 데탕트가 본격적으로 진전되고 미일 안보체제 테두리속에서나마 일본이 독자적인 안보전략적 외교를 지향해가면 전혀 새로운 상황이 조성될 것이다. 다시 말하며 강대국간의 데탕트 구조가 동북아시아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한국으로부터 미국의 군사적 개입축소(Military Disengagement)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속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현실적인 국제정치과제로 강하게 제기될 것이다. 이때 분단된 우리 한민족은 안보적위기와 동시에 통일의 호기를 맞이할 것이다.
안보전략적 차원처럼 경제전략적 차원에서도 일소데탕트는 한반도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즉 일소경제협력 체제의 형성은 한반도의 남북간 긴장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 강한 정치불안속에 빠져있는 오늘의 소련 입장에서 볼때 일소데탕트의 동인은 무엇보다도 일소양국간의 경제협력 관계에 있다 하겠다.
일소 양국간에 광범한 분야에 걸쳐 경제협력 증진이 이루어질 겅우 이것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명쾌히 대답할 수 있는데 그것은 북한의 폐쇄적 사회주의 체제가 필연적으로 설 땅을 잃고 말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하나의 심각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당국은 개혁개방 정책에로 일대 전환을 감행하여 폐쇄적 사회주의 체제에서 개방체제로 나아간다면 북한의 개방적 사회주의 체제와 남한의 자유민주 체제간의 본질적 차이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고르바초프가 제의하고 있는 소위 동북아 시장 공동체속에 남북한 양체제가 편입되는 상황을 설정해 볼 경우 그러한 상황속에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향방과 장래가 어떠할 것인가 하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너무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장차 유럽시장 공동체 처럼 동북아 시장 공동체가 창설되면 남북한 양체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기준을 공통 분모로하여 급속한 체제 통합에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때에 가서 한민족의 정치적 통일은 바로 시간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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