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학교주변 폭력배 단속을 위해 고심하다가 관내 13개 중학교의 9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금품갈취자 등으로 밝혀진 폭력배 11명을 잡는 성과를 올렸다.경찰서에 끌려온 폭력배는 대부분 S고 등 강남의 명문고 재학생으로 경찰과 학교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기업체 대표나 중역·교수 등의 아들인 이들은 나이보다 덩치가 크고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는데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범죄사실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처음엔 2천∼3천원씩 빌려달라는 식으로 돈을 뜯기 시작한 이들은 빌려달라는 말만해도 준비한 상납금을 선뜻 내주고 뒤탈도 없는데 재미를 붙여 생일 소풍 졸업식 등의 행사나 오락실 만화가에게 출입하기 위해,심지어 술 담배를 사기위해 「손쉬운 수금」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건방지다며 후배를 때려 고막이 터지게 하고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가 집단구타,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학교부근 오락실 독서실은 물론 교내화장실과 교실에서도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 2학년 여름방학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1백여차례나 금품을 털고도 이들은 『왜 그랬느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비겁하게 고자질한 놈들이 더 나쁘다』 『별것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후배들로부터 돈을 받는것은 오래전부터 그래온 전통』이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이들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된뒤 경찰서에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온 부모들도 『우리애가 그랬을리 없다』 『공부 잘하고 있는 애에게 덮어씌우지 말라』 『하필이면 S중 출신만 문제를 삼느냐』고 따져 경찰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것은 맹목적인 신뢰라기보다 맹목적인 무지에 가까운 태도였다.
이번 사건으로 미루어 보면 「학교주변 폭력배」는 오히려 「학교내 폭력배」라는 말이 더 정확할 정도이며 폭력배가 없어지지않는 것은 아들에게 무지한 부모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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