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의 언론 현실/이계성 북한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의 언론 현실/이계성 북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4.14 00:00
0 0

북한의 신문과 방송들은 남한의 쌀과 북한의 무연탄·시멘트의 직교역 합의가 발표된지 3일째인 13일까지 아무런 보도를 하지않고 있다.북한은 또 지난 9이 발표된 한 소정상의 제주회담에 대해서도 대남전용 방송인 「구국의 소리방송」을 통해 『민족분열을 고착시키고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을 뿐 북한 주민들이 접할수 있는 언론매체를 통해서는 전혀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떠들썩한 보도와는 완전히 상반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별로 이상스럽게 여기지 않고 있다. 북한 언론들은 으레 이런 문제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쌀은 곧 사회주의다』라는 기치 아래 농업생산을 장려해온 「사회주의 낙원」 북한이 굶주리고 못산다는 남한으로부터 쌀을 들여온다는 현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납득시키기는 매우 난처한 일일 것이다. 북한 언론들은 비단 이와같이 북한 주민의 대남인식에 큰 충격을 줄 사안 뿐 아니라 일반적인 국내외 사건·사고 뉴스나 정세변화의 보도도 거의 하지 않는다.

매일 6면이 발행되는 노동신문에는 김일성·김정일 동정기사와 사상교육·생산활동을 독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우리 관점에서 뉴스라고 할만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여름 북한지역에 유례없이 많은 비가 내려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때도 북한 언론들은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었다.

북한 언론들은 수령이나 당이 인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내용만을 보도한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조차도 거의 모르고 지낸다. 국내외 소식이나 정세변화에 대한 정보로부터 철저히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을 가장 중시한다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북한사회가 인간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다는 여러 역설적 사례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정보화의 시대에 이처럼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북한에서는 인민의 창조적 에너지와 활력을 동원해내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북한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대대적인 인민동원을 강조해왔음에도 오늘날 북한사회가 더욱 침제돼 가고 있는 것은 인민들에게 정보를 차단하고 수령과 당의 지시대로만 행동 할것을 강요함으로써 결국 수동적이고 질 낮은 참여만을 동원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