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당지위등 확고/「좌우합작」 성패에 초점/기득권층 견제가 개혁성공 장애물소련내 일부 공화국의 독립운동고조,광원파업의 전국규모 확산,재정적자폭확대 등 각종 악재가 분출되고 있는 가운데 보수파의 쿠데타 설까지 나돌면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위상에 세계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소련 15개 공화국의 수뇌 및 기타지역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올 연말까지 정치적 파업과 집회를 금지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위기극복 계획을 제의했음에도 불구,그루지야공서는 독립선포에 이어 총파업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백러시아공의 수도 민스크에서도 20만명이 파업시위를 벌이는 등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공화국들이 연방정부에 징수세금을 납부하지 않음으로써 소련경제는 올해 예상했던 재정적자액인 2백67억루블(4백54억달러)을 훨씬 넘는 3백11억루블(5백30억달러)을 지난 1·4분기 동안 기록하는 등 제정파탄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중에 보혁 세력간의 첨예한 대립은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는데 일부 서방전문가들은 극우세력의 정권전복 가능성까지 개진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비록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할 것인지 선택의 딜레마속에 빠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결코 실각까지 당할만큼 권력장악 능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분석을 반영하듯 소련최고회의내 강경극우세력인 소유즈그룹은 지난 10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가진 회견에서 소유즈그룹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사임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소련의 장래 및 파탄지경에 빠진 소련경제의 회생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소련 대통령제 채택에 숨은 역할을 한 게오르기·샤흐나자로프 대통령보좌관(소련정치학회 회장)도 이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긴급경제계획을 수행키 위해 반대세력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급진개혁세력과의 협조체제 구축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샤흐나자로프 보좌관은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을 포함한 모든 정치세력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해 고르바초프가 특유의 「좌우합작」 정치력을 발휘,현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고르바초프는 지난해 소련최초의 대통령으로 취임,96년 4월까지 임기 6년을 헌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제28차 공산당대회에서 서기장으로 재선됨으로써 당에서의 지위역시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를 탄핵키 위해서는 헌법상 최고기관인 인민대표대회에서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나 현 인민대표대회 구성원을 보면 극우세력이 15%,급진개혁세력이 15%이며,고르바초프의 친위세력이 나머지 70%를 점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탄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이 내세운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면서 보수성향을 가졌으면서 개혁을 원하는 세력을 대표하는 야나예프와 파블로프를 각각 부통령과 총리로 임명했다.
53세로 동갑내기인 이들은 정치적 안정속에 단계적 개혁을 원하는 현 집권세력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는 소위 차세대 지도자들로서 결코 고르바초프를 배신(?)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고르바초프의 강력한 도전자로 비치고 있는 옐친 역시 현 집권세력으로부터 조직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고르바초프를 승계할 가능성은 적다고는 하나 대중적인기에 힘입어 보수세력의 도전에 충분히 버틸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합법적 정통성은 일단확고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이들의 합작은 기득권층인 노멘클라투라 계급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여 쉽게 협력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결국 양지도자들이 이같은 견제를 어느정도 물리치고 상호 동반자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소련정치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제국이 혼란상을 빚고있는 상황에서 레닌은 1902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저서를 썼으며 그후 볼셰비키혁명을 성공시켰다.
고르바초프도 현재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과연 그의 선택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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